[백세시대와 재정설계] 금수저와 흙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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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송 재정전문가

RETIRING AMERICA FINANCIAL 시카고 대표

 

모 대기업의 3세가 회사의 각종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에게 또다시 값질을 해대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는 28세밖에 되지 않은 청년인데, 회사 변호사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 막말을 해대며 폭행까지 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동일한 값질 사건으로 입건되어 집행유예를 받아 자숙해야 하는 기간 내에 또 똑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런 류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그는 소위 금수저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재벌부모를 둔 탓에 노력하지 않고 재정적으로 상류사회에 살게 되었다. 돈이면 다 해결되는 것이 세상인 양, 모든 사람들을 다 돈 아래에 묶어두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전문가들의 소견을 듣자 하니, 그는 고치기 힘든 중병의 상태라 한다. 세상은 무엇이든 돈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단다. 그렇기에 자신의 뜻대로 무엇인가 되지 않으면 화를 참지 못하고 분이 폭발하여 타인에게 폭행을 가하게 된다고 한다. 그는 돈은 있을지는 모르나, 돈 이외에는 가진 것도 없고 준비된 것도 전혀 없는 하류 인간이다. 부모로부터 상속되어 내려오는 부가 그를 지속적으로 망치고 있는 셈이다.

지난 한 해, 한국 내에서 일어난 혈연 간 소송이 2584건이라 한다. 과거에는 많아야 한 해에 수십 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0년 이후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이제는 하루에 평균 7건의 수준이 되었다. 대부분의 소송이 상속과 부양의 문제로, 법정에서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들을 원고와 피고로 갈라지게 했다. 결국에는 남보다도 못한 관계로 전락하는 일이 이렇게나 많아졌다는 얘기다.

나는 흙수저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전무하니, 형제자매들과 돈 문제로 법정에 갈 일이 없다. 내 아들 딸 역시 흙수저 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그들에게 물려줄 것을 만들어 놓지 않았으니 그렇다. 하지만 나는 이들이 재정적인 자유를 누리는 흙수저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10여 년 전에, 좋은 선생님을 만나 “유태인의 재정관”에 대해 배웠다. 그것은 돈문제에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충격이었다. 그 분은 나에게 “자본없이, 가난의 고리를 끊고,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 후, 즉시로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배운 것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설명해주었다. 아이들이 그 내용을 다 이해할리는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당시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사명처럼 여겨졌다.

한국사회에서는 요즘, 그래서 “상속안하기운동”이 일어나고 있다한다. 부모로부터 상속 받을 것이 없다면, 자녀들 역시 본인들의 힘으로 힘껏 살아갈 것이다. 부모 또한 평생을 일하여 얻은 재산을 자녀들에게 다 물려주어 훗날 싸움을 붙이는 일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 재산은 은퇴 후에 충분하고도 넉넉하게 삶을 누리며 이웃을 돕는데 쓰면 된다. 그리하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하고 가자는 것이 이 운동의 취지이다. 멋진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덧붙이고 싶다.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말고 재정플랜을 물려주자는 것이다. 이 재정플랜은 투기도 아니요 거창한 투자도 아니다. 유태인들이 삶의 일부분처럼 활용하던 “저축”의 개념이다. 돈의 원리만 터득하게 되면, 저축하는 방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자녀들에게 훌륭한 재정적 자유를 선물할 수 있다. 복잡한 투자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엄청난 뭉칫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단지, 생활비의 일부를 습관처럼 떼어내 아주 적절하게, 그리고 매우 전략적으로 마련된 툴(tool)을 통해 축적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자본없이, 가난의 고리를 끊고, 부를 창출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흙수저이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에게 값질하는 하류인생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법정에 갈 일도 없을 것이다. 지혜롭게 설계된 계획에 따라 평생을 열심히 일하며, 은퇴하기 까지 꾸준히 저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847-660-8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