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와 재정설계] 씨앗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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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송 재정전문가/KS 재정설계 대표

 

돈이 문제다. 사람들이 돈때문에 울고 돈 때문에 웃는다. 돈이 우리 인생에 전부는 아니지만, 돈은 인생에 아주 중요하다. 특히 이민자로 미국 땅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돈에 얽힌 기막힌 일들이 너무 많다. 지인 중 한 분은 여성의류 전문 회사를 세워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런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날 당시, 부동산에 회사 돈이 묶여 버렸다. 한 해 동안 눈에 보일 정도로 회사가 기울어 가더니, 년말에는 결국 회사를 처분하고야 말았다. 그게 그리 큰 일 날 것은 아니겠지만, 이 분은 그 일로 인해 이혼을 당했고,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60대 초반에도 40대 중반의 외형과 건강을 유지하던 분이 년말에는 초로의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요즘 미국은 중국과 소위 무역전쟁을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밀려 들어온 중국의 값싼 제품들로 인해 미국의 경제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뿐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를 대상으로 똑 같은 대응을 하고 있다. 이 모두 나라 전체의 돈 때문이다. 개인이든 나라든 돈문제는 사람들의 삶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렇다면 돈이라는 것은 어떤 존재일까? 한마디로, 돈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돈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할수만도 없다. 돈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돈은 중성이다. 다만, 사용하는 사람이 악하면 그 돈은 악한 돈이 된다. 선한 사람이 사용하면 그 돈은 수많은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된다. 결국, 돈은 사랑의 대상이 아닌 사용의 대상인 것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연구한다.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더 낳은 보수를 받기 위해 자격을 갖추려 준비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돈을 어떻게 써야할지를 모른다. 돈을 잘 쓰기 위해서는 있는 돈을 잘 관리해 두어야 한다. 위에 언급한 사업가는 돈이 많이 있었으나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결과로, 돈이 필요할 때에 돈은 그를 위해 일해주지 않았다. 누구나 돈은 번다. 적던 많던 말이다. 그러나 누구나 돈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돈 관리에는 원리가 필요하다. 원리를 따라 관리되지 않은 돈은 무분별하게 나간다. 쥐도 새도 모르게 새어나가는 돈도 꽤많다. 유태인들은 돈관리가 철저하다. 그들은 돈도 열심히 벌지만 그것을 써야 할때도 멋있게 쓴다. 주머니에 들어온 돈을 잘 관리해 두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재정상식 중 하나가 쌈지돈 마련하기이다. 쌈지돈은 우리에게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돈” 쯤 되지만, 돈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씨앗돈(seed money)이다. 농부는 결코 씨앗을 먹지는 않는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내년 봄에 뿌릴 씨앗은 남겨 놓는다. 씨앗을 먹어버리면, 그 순간의 배고픔은 이길 수 있지만, 내년의 수확은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과연 씨앗돈을 남길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씨앗돈을 따로 떼어내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재정설계가 시작된다. 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편안함을 다소 희생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847-660-8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