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와 재정설계] 투자와 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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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송 재정전문가

RETIRING AMERICA CHICAGO 대표

 

우리 집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거실 밖으로 보이는 눈 덮힌 연못이 겨울에는 꽤 괜찮은 풍경을 선사한다. 집 주위에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집 뜰과 나무 사이로 다람쥐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린다. 아내는 먹다 남은 달달한 과일이며 빵, 그리고 감자와 고구마 등을 언제부턴가 그냥 버리지 않고 거실 유리문을 열고 뜰을 향해 던진다. 추운 겨울에 먹이 구하러 다닐 다람쥐들이 안쓰러워 그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함이란다. 하기야 나도 상당히 궁금했다. 한여름에는 그리도 분주했던 그 녀석들이 이 추운 겨울에는 다들 어디에서 무얼할까? 눈오는 겨울에는 무엇을 먹고 살까? 가끔 먹을 것을 던져 놓으면 어느새 나타나 가져갔는지 아침에 일어나 보면 영락없이 음식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며칠 전, 다람쥐들의 행태를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아내가 역시 먹다 남은 빵을 조금 큼직하게 잘라 뜰에 던져 놓았다. 다람쥐 한 녀석이 나타나 주위를 살펴본다. 지 몸의 반 만한 빵 조각을 물더니 내리 달려 뜰 앞 나무위로 올라간다. 겨울에 나무 위에서 지내나? 잘은 모르겠지만, 녀석은 나뭇가지 위에 빵 조각을 올려 놓고서는 또다시 내려와 뜰 앞으로 다가온다. 두 번째 빵 조각을 물고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가, 역시 물었던 것을 내려 놓고 내려온다. 큰 빵 조각이 더 이상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작은 조각들을 손에 집어 든다. 이번에는 눈 속에 파 묻는다. 몇 군데에 자신만 알 수 있는 곳에 묻은 후 그제야 아주 작은 부스러기들을 집어 들고 먹기 시작한다. 한꺼번에 다 먹지 않고 다음을 위해 남겨 놓는 녀석을 바라보며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뭔가 있을 때마다 다 먹어 치우기 바쁜 우리네 보다 어떤 면에서 더 지혜롭다는 생각까지 든다.

없을 때를 대비해 남겨 놓는 지혜를 다람쥐들은 누구에게서 배웠을까? 먹을 것이 널려 있는 여름에도 그들은 부지런히 도토리를 모아 집의 곳간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겨울을 대비하려고 말이다. 없을 때를 대비해 있을 때에 조금씩 떼어 부지런히 남겨놓는 것이 재정설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다. 다람쥐들은 재정상담을 받지 않고도 그 필요를 알았고 방법을 찾아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재정상담을 거의 “투자상담”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래서 겁을 먹는다. 물론 투자상담도 있지만, 그것이 필요한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재정상담은 저축상담이다. 투자는 지금 당장 쓰지 않아도 되는 돈으로 하는 것이다. 투자한 금액보다 비교적 단기간에 훨씬 많은 이익을 얻고 싶어하는 것이 투자하는 분들의 목적이다. 지금 당장 쓰지 않아도 되는 돈으로 하는 것이기에, 그걸 모두 잃어버릴 수도 있다. 다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만이 투자를 할 자격이 있다.  반면에 저축상담은 생활비에서 조금씩 떼어내서 하는 것이다. 저축한 금액이 훗날, 은퇴를 하거나, 돈이 없어져 궁하게 되었을 때 당황하지 않고서 필요한 액수를 충당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축의 목적이다. 생활비에서 떼어 하는 것이기에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주식과 같이 가격이 시시각각으로 변동하는 곳에 투입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생활비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가 저축을 할 수 있다. 저축은 긴 시간을 통해 결과를 보는 것이기에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나중에 찾을 수 있는 양이 아주 클 수 있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참으로 많은 유익을 저축을 통해 경험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상담이나 재정설계라는 말 자체가 주는 “투자” 같은 뉴앙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저축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 버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도토리를 투자하는 다람쥐들은 없다. 그들 모두 각자의 분량에 맞게, 내일 먹을 것을 위해 오늘의 도토리를 조금씩 저축해 놓을 뿐이다.(847-660-8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