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소수부유층이 세계지배…올리가르히 美서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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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이상 정치인 정신능력 검사’ 주장에 “어이없는 노인차별”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는 러시아를 지배하고 미국도 지배한다. 그것은 러시아나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영국, 전 세계의 문제다. 소수 부유층이 세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올리가르히’는 논의해야 할 문제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은 19일(현지시간) 밀레니엄 세대를 겨냥해 발간한 신간 ‘자본주의에 대해 화를 내도 괜찮습니다'(It’s OK to Be Angry About Capitalism)에 관해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 ‘업저버’와 한 인터뷰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억만장자들을 ‘올리가르히’라고 칭하면서 책의 논의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 경제에 만연한 지긋지긋한 부의 불평등에 대한 분노라며 젊은 세대에게 그들의 권리와 책임을 상기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국정연설에서 ‘어떤 억만장자도 학교 교사나 소방관보다 더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내서는 안 된다’며 억만장자 최소 세금 등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샌더스 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억만장자 최소 세금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팬데믹 1년간 증가한 부에 대한 세금으로 200억 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 중 많은 부분이 샌더스 상원의원이 2016년과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모두 2위를 차지했을 때 내세운 공약을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샌더스 의원은 “미국 대통령이 연설에서 석유 업계가 유가를 올려 2천억 달러의 이익을 봤다고, 제약회사들의 탐욕이 지나치다고 공격할 용기를 가졌다는 데 WSJ이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나보다 훨씬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과 협력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해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옳은 일이고 좋은 정치이기 때문”이라며 “선거에서 승리하고 싶은 똑똑한 사람이라면 2등을 차지한 사람과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더 많이 알수록 긍정적인 선택 방안도 많아진다. 분노에 관해서라면 미국인은 분노할 권리가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현재의 미국 노동자 주간 임금은 50년 전보다도 오히려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장이 노동자보다 400배 더 많이 버는 것에 대해, 40~50년 동안 전례 없이 많은 부가 노동자 가정에서 상위 1%에게 이전된 것에 대해 사람들이 분노해야 할까”라고 반문한 뒤 “분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저버는 샌더스 의원이 1972년 자유연합당 소속으로 버몬트주 상원의원에 도전한 이후 최장기 무소속 상원의원으로 재임 중인 지금까지 레이건식 규제철폐가 지배하는 황야에서 예언자처럼 불평등 해소를 외쳤다며,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많은 사람이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의회에서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그는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Medicare for all)처럼 자신이 평생 주장해온 정책들을 더욱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샌더스 의원은 또 신간 저서에서 미국에서 지역 언론 매체가 사라진 ‘뉴스 사막’이 빠르게 증가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면 소셜미디어의 음모론에 빠져들게 된다면서 그 예로 트럼프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을 제시하며 이를 막기 위해 지역 뉴스 매체에 연방기금을 지원할 것과 소셜미디어를 지역 언론 보완에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2024년 민주당 대선 경선 도전에 대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가 출마하면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샌더스 의원은 또 이날 미국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공화당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대사가 75세 이상 정치인에 대한 정신 능력 조사를 주장한 데 대해 “어이없는 노인차별”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인종차별과 싸우고 있고 성차별과도 싸우고 있고 동성애 혐오와도 싸우고 있다”며 “노인차별과도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이는 항상 중요한 요소지만 그런 요소는 수천 가지이고 80세 이상 중 어떤 사람들은 30대보다 에너지가 더 많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재선에 도전하기를 기대하며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