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차값에 고금리 대출…‘깡통차’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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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페이먼트 연체율 2006년 이후 가장 높아져

팬데믹 시기인 2020년, 넷째 아이 출산에 대비해 크리스 마틴은 좀 더 큰 차가 필요했지만 이미 보유하고 있는 중고차 2대로는 차량 대출금 1만4,000달러를 갚지도 못하는 상태다. 결국 마틴은 애틀랜타 지역의 자동차 딜러에게 가서 차량 2대를 트레이드인 하면서 포드의 익스플로러 SUV 신차를 구입했다. 익스플로러 가격은 4만9,000달러였지만 마틴이 받은 대출금은 6만6,000달러로 신차를 곧바로 ‘깡통차’가 되어버렸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생활이 더 어려워진 ‘카푸어’(car poor)가 증가하면서 서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차 가격이 높아진 데다 기준금리 상승에 대출 금리까지 오르자 보유한 자동차가 대출금보다 자산가치가 낮아지는 이른바 ‘깡통차’가 급증한 탓이다.

자동차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카푸어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일부 저소득 차주들의 경우 연체가 급증하는 현상까지 발생해 미국 경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인들이 여전히 비싼 가격에 신차를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더 많이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고차 가격 하락과 고금리 영향으로 부채 규모가 소유한 자동차 가치를 넘어서는 역자산(negative equity) 현상이 발생하면서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정보제공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1월 자동차 대출금 상환을 60일 이상 미룬 연체율은 1.89%로 전월 1.84%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연체율이 크게 오른 데는 팬데믹 이후 물가 상승과 함께 공급난으로 ‘카플레이션’이 빚어지면서 신차 가격이 크게 오른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신차 가격은 20%나 상승했다. 미국에서 자동차 없이 직장과 통학, 육아 활동을 할 수 없는 여건이라 비싼 가격에도 신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 자동차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대출 금리 급등은 직격탄이 됐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 금리도 올라 대출 상환 부담도 커졌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인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 1월 신차의 평균 대출 금리는 6.9%로 전년 같은 기간 4.3%에 비해 2.5%포인트나 올랐다.

이는 매월 대출금 상환 부담으로 이어져 미국인 13명 중 2명은 월 자동차 대출 상환금이 1,000달러가 넘어갈 정도로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고차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자산가치가 상환해야 할 대출금 보다 낮아지는 역자산 규모가 커진 것도 자동차 대출 상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평균 역자산 규모는 5,500달러로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올랐다.

만하임 중고차 가치지수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고차 가치는 역대 최고치에서 13% 하락했다. 지난달 오름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전의 하락 폭을 만회하기는 역부족이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