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기업’ 대량 해고 충격… 가주 경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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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매체 CNBC는 캘리포니아의 상징과도 같은 월트 디즈니가 24일 2차 구조조정과 대규모 정리해고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전 세계 직원의 3.6%에 해당하는 7,000명을 올해 감원해 55억달러의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했던 월트 디즈니는 지난달 말 1차 해고를 단행했다. 이번 2차 해고를 마무리 지으면 감원 인원은 4,000명에 달하게 되며 앞으로 3,000명이 더 감원된다. 지역으로 보면 본사가 있는 버뱅크를 비롯해 가주 일원과 뉴욕 코네티컷 등이다.

멘로파크에 본사가 있는 메타(옛 페이스북)도 구조조정 중이다. 지난해 11월 1만2,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9,000명의 추가 해고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총 2만1,000명의 직원을 줄인다.

구글도 모기업인 알파벳의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지난 1월 가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만2,000명의 직원을 정리 해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주 경제의 버팀목인 빅 기업들이 줄줄이 대량 해고 조치에 나서면서 가주 경제 앞날에 ‘경기 침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빅 기업의 고소득 직장인들이 대거 실업자로 전락하자 세수가 급감하면서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촉발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해지면서부터다. 여기에 겨울 폭풍에 따른 농작물 피해와 은행 파산, 항만 노사간 대립 등 경제 악재들이 더해져 갈길 바쁜 가주 경제의 발목을 붙잡으면서 불확실성의 경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가주 지역 내 빅 기업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량 해고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 가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경기 침체 우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빅 기업들의 대량 해고로 인해 가주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세수 부족으로 인한 재정 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주 정부의 2023~2024 회계연도 1월 보고에 따르면 당월 발생한 재정 적자 규모는 225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1,000억달러의 재정 흑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1월과는 180도 달라진 재정수지다. 1년 사이에 재정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은 세수 부족에 따른 것이고 이는 대기업들의 대량 해고가 그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연방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가주 내 테크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을 중심으로 1만6,000여명이 해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빅 기업들의 해고 사태는 지난달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 빅 기업들에 직원들의 상당수가 높은 연봉을 받는 고소득층이라는 점에서 빅 기업의 대량 해고는 가주 정부의 세수 급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 경제학과 손성원 교수는 “테크 산업군은 가주 경제의 주력이자 근간에 해당된다”며 “과거에 비해 세수 증대에 기여한 고소득자들이 줄어들면서 가주 정부가 재정 적자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재정 적자에 직면한 가주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인으로 LA항의 노사간 대립이다. 해외 수입 물품 중 40% 정도를 소화하고 있는 LA항의 노사간 협상이 지연되자 노사분규 우려에 수입 물량 수입선이 타주 항구로 이동하면서 LA항의 지난 2월 물동량은 전년 대비 43%까지 급감했다. LA항 물동량 감소는 결국 지역 경제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가주 경제에 대한 전망은 냉탕과 온탕이 공존하는 불확실성으로 요약된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달 UCLA 앤더슨연구소는 향후 가주 경제 전망을 경기 침체가 나타나는 경우와 나타나지 않는 경우 등 2가지 가능성을 전제해 전망했다. 빅 기업의 대량 해고 사태로 인한 가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