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국 채무 급증에 새 경제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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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이미 심각한 전 세계 빈곤국가들의 경제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빈민촌.[로이터]

중 일대일로 부채·코로나19·원자재 가격 하락 ‘3중고’
로고프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채무 위기 부를 수도”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빈곤 국가들의 국가 채무 급증이 세계 경제에 또다른 위기 상황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월 스트릿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잠비아는 한때 세계 최빈국들의 채무 발행에 있어 모범국으로 간주되며, 보다 더 발전된 몇몇 국가들보다도 더 낮은 채권금리로도 더 많은 나라들로부터 인기를 누렸었다. 그러나 잠비아는 지금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10억달러의 국가 채무 상환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잠비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1.7%에서 -5%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잠비아는 현재 국가 세입의 3분의 1 이상을 채무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그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 경기침체와 국내 통화 가치 하락으로 상품 가격이 폭락하면서 잠비아 같은 많은 가난한 나라들은 10년 이상 된 외국 차입의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다. 이 부채들은 대부분 인프라 구축, 질병 퇴치, 아이들 교육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이들 빈국 정부들은 채무 상환에 전체 수입의 많은 부분을 쓰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응할 건강 시스템 강화에 사용할 현금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신흥시장 국가들의 중요한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이 3월 이후 다소 올랐지만 세계 성장 및 무역 둔화는 여전히 이들 국가들을 곤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외화 채권을 발행한 24개 저소득 국가 중 적어도 절반이 과도한 국가 채무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속화되고 있는 빈곤국들의 채무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세계적 불황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다국적 기관들에 지원을 구하면서 채권단과 법적 분쟁을 벌이는 나라가 늘어나면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신흥시장 채무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환자가 한꺼번에 병원을 찾는 것과 같아 누구도 이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IMF는 지난 3월 이후 100여개국이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IMF가 집행한 총 2.500억달러의 지원 중 3분의 1 정도가 지난 4개월 동안에 승인됐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에 자금이 투입되면 그만큼 채무 상환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잠비아의 채무 위기 악화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그램 참여도 중요한 원인이 됐다. 잠비아는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채무를 끌어들였는데 2015년 중국 경기 둔화로 주요 수출품인 구리 가격이 반토막나면서 채무 상환이 어려워져 이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일부 채무 탕감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같은 사정은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아프리카 최빈국들의 채무는 10년 전 GDP 대비 38%에서 평균 60% 이상으로 급증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대출 규모는 2000년부터 2017년 사이 1,43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존스 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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