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선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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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태극기의 하모니가 절실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다. 이제 자연인 신분이 되어 형사소추를 전제로 한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박대통령은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었다. 또 대한민국 최초의 부녀 대통령을 역사에 새겼다. 그러나 그 역사는 때묻은 역사로 남게 됐다. 한동안 대통령의 임기 중 잘못한 일만 도드라 질 것이다.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최순실과의 국정농단이 더욱 노출될 것이다.

바로 새 대통령을 뽑는 그  2개월의 과정은 박대통령을 다시 짓누르는 기간이 될 것이다. 국민의 80% 가까이가 탄핵을 원했다. 이번에 당선이 되고자 출마한 대선후보라면 박근혜를 밟고 가야 한다.

한국의 지도자연 하는 이들은 모두 통합을 외치고 있다.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든 반대하든 이제는 반목과 대립을 떨쳐 버리고 한 길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당장 새 대통령을 뽑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다시 갈라서게 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한국에서는 늘 독을 품었다. 태극기를 들고 촛불을 든 이들이 광장에서 외친 감정의 소리들은 선거판으로 옮겨갈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국론분열은 안된다고 하면서 ‘나를 중심으로 국론을 통일하자’고 각자 주장할 것이다.

재외동포들에게도 대통령 선거권이 주어졌다. 그래서 이곳도 판이 갈릴 것으로 우려된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맞은 대통령 탄핵인 만큼 처음 맞는 조기 대통령선거이고 가장 짧은 기간 내에 끝내야 하는 선거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심각하다. 여러모로 감당이 어려운 엄청난 파도가 대한민국을 휩싸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의 탄핵이 당연한 귀결처럼 느껴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허전하다.

이곳 시카고 한인들을 포함한 동포들은 조국의 부흥에 힘을 얻고 조국의 어려움에 초조해 했다. 사드 배치와 중국의 보복, 북한의 미사일 도발, 그리고 박대통령의 탄핵정국에 늘 숨죽여 조국을 걱정해 왔다. 이제 대한민국은 모두가 말하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다. 그리고 모두가 염원한다. 다시 새시대를 열자고. 그 첫 시험대가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고 여기에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선진의식을 가진 일류시민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닉슨의 하야 때 미국인들이 동시에 느꼈던 부끄러움과 자부심은 한국민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그만큼 성숙했고 그만큼 역경을 극복하며 단단해진 민족이다. 그 민족혼이 다시 웅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대한민국이 창피했다. 대통령은 국민 모두를 기쁘게 할 수도 있고 모두를 부끄럽게 할 수도 있는 자리다. 이제 우린 새 대통령을 뽑는다.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보아야 한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향후 처벌 여부는 법에 맡기고 더 이상 비호하거나 공격하는 일은 멈춰야 한다.

그리고 대선이다. 재외동포도 참여하는 선거다. 이를 통해 조국의 새 질서에 힘을 보태는 일을 할 수가 있다.  새 질서, 가보지 않았으나 가야할 길이다. 그 뜨거웠던 광장의 찬반 시위가  태극기와 촛불의 하모니로 새 질서를 찾을 것으로 믿는다.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이 역사가 살아 숨쉬는 교훈이 되어 위정자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애국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조국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