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아의 건강밥상] “우엉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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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아
시카고 한마음 교회

미국으로 건너 오기 전 한 초등학교 사택에 살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라 하루 이틀만 지나도 빨래감이 바구니에 수북히 쌓였다. 하루는 큰 것들은 세탁기에 윙 돌리고 작은 것들은 빡빡 문질러 손빨래 해 바구니에 담고는 옥상 너른터에 있던 빨래줄에 옷들을 매달러 올라갔다. 햇살이 얼마나 눈부시게 좋은지 저 건너 운동장 놀이터 바닥의 모래가 보석처럼 반짝였다. 푸른색 아이 바지도 탁탁 털어 널고 작은 강아지 무늬가 있는 딸아이 티셔츠도 예쁘게 모양 잡아 집게로 꽂았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빨래를 널고 말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빨래를 널면 햇살이 말려주는구나.’ ‘매일매일 힘든 빨래 나 혼자 한 일이 아니었구나.’ 햇살과 같이 일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콧노래가 나오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햇살에 바짝 마른 빨래를 걷어 거실에 앉아 빨래를 개고 있으면 아이들이 예쁘게 접어놓은 옷들에 얼굴을 묻고는 햇님 냄새가 난다고 좋아라 했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오래도록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은 소박한 꿈이기도 하지만 어떤이에겐 치열한 전쟁터이기도 하다. 이런 우리 삶에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값싸고 영양 가득한 식재료들이 우리 주위에 가득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언제든지 마음 먹고  조금만 신경 쓰면 건강한 식재료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의 튼튼한 뼈를 위한 비타민 D를 만들어 주고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주고 불면증을 완화시켜주는 햇살은 더군다나 무료다.

 

오늘은 우엉잡채를 소개한다. 우엉으로 만드는 우엉잡채는 전분으로 만든 면발의 쫄깃함은 없지만 흙에서 온 뿌리채소의 고급스러운 맛과 담백함, 아삭한 식감에 저렴한 가격까지 빠지는 것이 없다. 우엉은 조림, 찜, 샐러드, 무침, 김치, 튀김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영양성분 또한 풍부한 식재료이다.

 

우엉을 사용할 때에는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껍질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우엉이 가진 영양성분의 핵심은 껍질에 있기 때문이다. 우엉 껍질에 들어있는 사포닌은 비누를 뜻하는 희랍어 ‘Sapona’에서 유래한 말로 혈중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씻어내는 역할을 해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항암 효과를 가지고 있고 항산화 효과가 있어 피부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되는 참 고마운 식재료이다.

 

아삭 아삭 씹을 수록 단맛을 내는 우엉에 천연 간장과 조청엿만 사용해 맛을 더해준다. 청고추 홍고추의 고추씨는 잠깐 털어내고 당근, 표고와 함께 가늘게 채를 친 후 들기름에 살짝 볶으면 저마다 가진 색이 오히려 선명해지고 부드러워져 먹기에도 그만이다. 반짝반짝 윤기나게 조려진 우엉과 빛깔좋게 준비한 야채들을 잘 어울려주면 정성이 가득 담긴 찬이 되고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근사한 일품요리가 된다.

우엉잡채

 

*재료: 우엉 1대, 당근 반개, 청고추 2개, 홍고추 1개, 표고버섯 2장, 아미노간장 1큰술, 조청 1큰술, 들기름 약간, 흑임자 약간

 

*만드는 법:

  1. 우엉은 깨끗이 씻어 얇게 채친다.
  2. 팬에 들기름을 살짝 두른후 우엉과 간장 조청을 넣고 조린다.
  3. 당근, 청고추 홍고추, 표고는 채를 쳐 팬에 넣고 살짝 볶는다.
  4. 우엉과 볶은 재료들을 한데 넣어 섞은 후 흑임자를 뿌려 마무리한다.

 

서정아의 힐링건강요리교실

문의ssyj20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