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시작···정겨운 고향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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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빠져나가는 귀성 차량 행렬.

서울역·고속터미널·김포공항 귀성객으로 ‘북적’

설 연휴가 사실상 시작된 1일 오후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 공항 등은 일을 마치고 고향으로 출발한 귀성객으로 활기를 띠었다. 서울역은 여행용 가방과 커다란 보따리를 든 시민들로 평소보다 북적였다. 연휴를 앞두고 한껏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금천구 독산동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박상협(32) 씨는 “경남 고성이 고향인데, 연휴가 아니면 바빠서 거의 내려가지 못한다”며 “오랜만에 부모님이나 친척들, 고향 친구들을 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긴 연휴 동안 푹 쉴 수 있어 제일 좋다”고 웃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서 서울역 시민들의 발길은 더 분주해졌다. 몸집 만한 짐을 이끌고 승강장까지 헐레벌떡 뛰어가는 귀성객을 보기가 어렵지 않았다. 다급히 뛰다 승강장 입구에서야 시간을 확인하고 숨을 돌리던 신영민(29)씨는 “퇴근하고 바로 경산에 있는 부모님 댁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퇴근이 늦어져 당황했는데 딱 맞춰 와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서울역 대합실 의자는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고 역사 내 음식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패스트푸드점에는 기차 시간에 늦지 않게 간단히 식사를 때우려는 시민들이 들어차면서 출입문 근처까지 주문 대기줄이 이어졌다. 세 자녀와 함께 부산 친정에 다녀올 예정이라는 박미정(39) 씨는 “기차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길래 햄버거를 사와 선 채로 요기만 했다”면서도 “오랜만에 친정에 가는 거라 설렌다”고 말했다. 다만 승차권 자동발매기나 매표소 쪽에는 대기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열차를 타는 승객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열차표를 예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였다. 부산행 KTX 열차를 타러 온 김주성(41) 씨는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열차표를 예매한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며 “이미 지난달에 온라인으로 귀성 열차표를 예매했다”고 답하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오후 2∼3시만 해도 비교적 한산했던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은 퇴근 시간이 되면서 본격적인 귀성길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고속버스 승차장 인근에 마련된 대기석은 사람이나 짐가방·선물 상자들이 놓여 앉을 곳을 찾기 힘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아예 자리잡기를 포기하고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김사월(27)씨는 전남 영광에 있는 본가에 가면서 양 손 가득 선물세트와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김씨는 “명절이라 부모님 선물도 샀고 마침 오빠 생일이라 케이크도 준비했다”며 “집에 가는 기분은 늘 설레지만 일 때문에 마음만큼 오래 머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취업해 서울에서 두달 간 회사 연수를 받았다는 이은한(28) 씨는 “이번 명절에는 취업이 된 상태로 고향에 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포항에 있는 본가에 들렀다가 설 당일에는 청주에 계시는 할머니 댁에 간다”며 “명절이 지나면 일선에 투입되니 푹 쉬다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항도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고향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알록달록한 여행용 가방을 든 귀향객들은 고향을 찾는 기대감에 들뜬 표정으로 수하물을 맡기고 탑승 수속을 진행하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설빔을 차려입은 꼬마가 수하물을 맡길 때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번 설 연휴(1∼7일)에 국내 공항(인천공항 제외)을 이용하는 승객 수가 총 121만8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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