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산더미인데···이민법원 판사 줄줄이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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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추방판결 강요”

조기은퇴 판사 속출

소송적체 악화 우려

이민법원에 계류 중인 추방소송이 이미 100만건을 넘어서 이미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판사들이 속속 이민법원을 떠나고 있어 이민법원 소송 적체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가 소송 적체 해소를 위해 이민판사 신규 임용을 늘렸지만 법원을 떠나는 이민판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27일 LA타임스는 이민법원 추방소송 적체 해소를 위해 소송 할당제를 실시하는 등 갈수록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이 가중되면서 염증을 느끼고 이민법원을 떠나는 판사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10월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판사 한 명당 매년 최소 700건 이상의 소송을 완료하도록 하는 소송할당제가 시행되고 있는데다 반이민 정책 기조에 맞춰 판결을 신속하게 내리도록 하는 압박을 견디지 못한 이민판사들이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민법원을 떠나는 이민판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졸속 추방재판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민법원을 떠나기로 한 찰스 허니먼 필라델피아 이민법원 판사는 연간 700건 소송 할당제가 시행되고 압박이 심해지자, 자신의 신념에 맞지 않게 추방판결을 내려야 하는 소송들이 많아지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허니먼 판사는 이달을 끝으로 24년간 해왔던 판사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허니먼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임기내에 그만두진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더 이상은 견디기 어려웠다”고 은퇴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망명에 우호적이었던 허니먼 판사는 그간 그들의 케이스를 면밀히 검토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망명을 허용해왔다.

허니먼 판사 외에도 이와 비슷한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그만두거나 조기은퇴하는 이민 판사가 속속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민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 상당수가 이민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판사들은 더욱 ‘신속 처리’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이민자들이 모국에서 가정폭력, 성폭력, 갱의 위협 등 ‘생명의 위협’과 직결되는 이유로 목숨을 걸고 미국에 온 난민들이기 때문이다.

전국이민판사연합의 회장인 애슐리 타바도 판사는 “임명된지 얼마 안돼 그만두는 전례없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판사들은 가능한 빨리 은퇴하고 싶어한다”며 “트럼프 행정부 소송 할당제는 판사들을 이민소송 처리 기계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프리 체이스 전직 뉴욕 이민판사는 “많은 이들이 5년~10년 정도 더 일할 수 있었지만, 트럼프 정권 아래서는 더이상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압력에 못이겨 그만둔 판사들의 정확한 숫자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2019 회계년도에 그만둔 이민 판사는 45명으로 집계됐다.<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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