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계 밀집지역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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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경찰 음주운전 단속…트리뷴, 5년간 기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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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종별 거주지 분리 현상이 가장 심각한 시카고시 경찰이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겨냥해 음주운전 단속을 벌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카고 트리뷴지는 10일자 1면 머릿기사<사진>에서 최근 5년간의 경찰 기록을 분석한 결과, 시카고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흑인 또는 히스패닉계 밀집지역에서 주로 이뤄졌으며 백인 동네는 불가침 구역처럼 보호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 경찰이 사전 계획한 음주운전 단속의 84%가 흑인 또는 히스패닉계 동네에서 집중적으로 실시됐다. 반면 백인이 절대다수인 동네에서는 사전 계획된 단속이 드물었으나 음주운전 확률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백인 인구가 70%에 달하고 시카고 경찰 5분의 1이 거주하는 시북부 제퍼슨 팍지역은 음주운전 사고 및 사망률이 도시 전체에서 가장 높았지만, 최근 5년간 음주운전 단속은 단 1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시카고시는 음주운전 근절 대책 중 하나로 금요일과 토요일 밤마다 단속 거점을 만들고 집중 단속을 벌여왔다.

트리뷴은 사전 계획된 단속 거점 가운데 백인 다수 거주지역은 단 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 시카고 경찰은 음주측정 결과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소수계 운전자들에게는 소소한 안전 법규 위반 티켓을 발부하거나 체포 영장 발부 또는 도난 차량 여부를 확인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트리뷴은 시카고 경찰이 인종차별적인 단속을 실시했다면, 평등 보호를 보장하는 헌법 제14조와 불합리한 압수 수색을 금지한 헌법 제4조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카고 경찰국은 음주운전 단속 시스템이 위험한 법규 위반자들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단속 과정에서 운전자 상태 및 범죄 징후를 확인하는 것은 추가로 얻는 혜택이지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서는 지나쳐 볼 수 없는 통계 수치들이 제시됐다. 흑인이 전체 주민의 97%를 차지하는 시남부의 그랜드 크로싱지역은 지난 5년간 음주운전 단속이 가장 빈번하게 실시된 2곳 중 1곳이지만, 실제 음주운전 사고 발생률은 도시 전체에서 가장 낮았다. 시카고 경찰은 “단속 덕분에 동네가 안전하게 유지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트리뷴은 “경찰이 잘못된 곳에서 단속을 벌인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