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강남 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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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

 ‘강남 좌파’는 어찌보면 Oxymoron이다. Oxymoron을 모순어법이라고 한다. 앞뒤가 서로 안맞는 표현이라는 뜻이다. Oxy는 ‘예리한, 똑똑한’ 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다. 뒤에 붙은 Moron은 ‘바보’라는 뜻이다. ‘똑똑한 바보’다. 서로 반대되는 표현이 함께 붙어있다. 그래서 이런 표현을 Oxymoron이라고 한다. ‘점보 새우’라든지, ‘침묵의 소리’가 이런 표현이다. ‘강남 좌파’는 2005년에 고국의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처음 사용한 단어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리무진 좌파(Limousine Liberal)다. 자신들은 비싼 리무진을 타고 다니면서 대중들에게는 환경을 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외치는 연예인들을 가리킨다. 라떼 좌파(Latte Liberal)라고도 한다. 강남 좌파라고 꼭 강남에서 살 필요는 없다. 자신의 경제적인 위치나 몸은 상류층이지만 정신은 진보 또는 노동자 계급과 비슷한 사람들을 부르는 이름이다. 강남 좌파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아니 이미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 잘 살고 있고, 자식들 교육도 잘 시키고 있다. 하지만 의식은 깨어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보수꼴통’이라는 소리를 절대로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 규칙을 이용해 부를 모으려고 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보수정당을 욕하고 재벌을 비판한다. 소파에 앉아 고급양주를 마시며 약자나 저소득자의 편인척 행세하는 것이다. 강남 좌파라면 떠오르는 분이 한분 있다. 지금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하고 있는 잘생긴 조국 교수가 그분이다. 최고의 학벌과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는 분이 늘 진보의 편에 서서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강남 좌파는 그분을 위한 단어가 아닌가 한다.

강남 좌파는 학생시절에 운동권이었을 수도있다. 경제라는 하부구조에 따라 정치나 사회와 같은 상부구조가 결정된다고 공부했을 것이다. 정반합의 변증법도 배우고, 마르크스를 떠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여자친구에게 똑똑하게 보이고 싶어서 사회주의를 공부했을 수도있다. 강남좌파들의 영향을 받았을까? 아니면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어서 일까? 고국의 젊은이들 중에는 ‘진보’ 라고 주장하면서, 자기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몸도 마음도 프롤레타리아 처럼 보인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뉴스만 보고, 자신들이 원하는 소식만 듣는다. 그리고 그런 기사를 정리하고 퍼나른다. 자신들이 보기 싫은 기사에는 나쁜 댓글을 단다. 딱 한마디만 하자. 그대들이 그토록 닮고 싶어하는 정의로운 ‘진보’는 세상이 온통 어둡고 공포스러웠을 때 목숨을 걸고 소수의 편에서 싸웠던 사람들이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서 정부도 바뀌고, 예전에 소위, 투사였던 사람들은 이미 권력자나 기득권층이 되어 버렸다. 그대들이 그토록 외치고 싶어하는 정의가 이제는 어쩌면 현재의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어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보기술 업체인 ‘IDR랩(Individual Differences Research)‘이 최근에 개인별 정치 성향을 알아 볼 수있는 테스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테스트에서 제공하는 36개의 질문에 답을 하면 응답자가 ‘좌파’인지 ‘우파’인지, 자유주의자인지, 공동체주의자인지, 그의 ‘정치성향’을 진단해 준단다. 질문을 만드는 데는 정치학자나, 심리학자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진단을 해봤다. 자유주의적인 좌파라고 한다. 아직 가진게 별로 없으니 강남 좌파나 리무진 좌파까지는 아니고, 아마도 시카고 좌파쯤 되나보다.

강준만 교수가 주장한 강남 좌파의 부정적인 측면은 이렇다. 첫째, 권력에 재력까지 누리면 됐지, 거기에다가 좋은 양심을 가지고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도덕적인 우월감까지 갖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것이다. 둘째, 강남좌파는 ‘진보’를 더 많은 권력이나 재물 또는 인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는 모든 진보정치가를 강남좌파라고 했을까? 셋째, 강남 좌파가 주장하는 ‘진보’는 실천보다는 그저 주장으로만 그칠 가능성이 높아서, 오히려 진정한 진보의 실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강남좌파에게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상류층의 엘리트가 진보적인 가치를 역설하면 하층계급에도 도움이 될 수있다는 것이다. 상류층이 가진 힘과 영향력 때문이다. 둘째, 갈등의 양극화를 막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한다. 셋째, 상류층에 속하면서도 하위계급을 생각하는 것은 착하고 고맙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선이라고 한다면, 이 세상에 위선이 아닌 것은 없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