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남자는 집값, 여자는 차값 -감가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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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변호사, 회계사, 택슨 대표)

‘감가상각’하면 많은 분들이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진다’는 개념으로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감가상각은 돈을 벌기 위해 구입한 자산을 수년동안 비용처리 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자산을 비용처리” 하는 것을 감가상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자산은 무엇이고 비용은 무엇일까요? 둘 다 개인이나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 돈을 쓰는 것입니다.

기업이 이익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부분 먼저 돈을 써야 합니다. 기계도 사고 직원도 구합니다. 그런데 종업원 인건비나 우편료, 또는 문방구 구입같은 돈은 단기간에 사용되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그 해의 수입을 벌어들이는데 사용되는 지출입니다. 이런 단기지출을 ‘비용’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기업이 건물을 사는 경우나, 수년간 사용할 기계를 구입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러한 일들은 앞으로 수년 동안 회사의 수입을 지속적으로 늘리는데 사용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처럼 여러 해 동안 사용할 기계나 건물구입에 사용되는 지출을 자산이라고 부릅니다. 자산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한꺼번에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런 지출은 단기간에 기업의 수입을 늘리는데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수입을 늘리는데 기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큰 돈이 한 번에 나갔다고 하더라도 마치 작은 돈이 여러 번 나누어서 몇 년 동안 나간 것처럼 장부상 처리를 합니다. 이것을 “자산을 비용처리”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어떤 회사가 5만불짜리 기계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계는 5년 동안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 기계를 구입하는 데는 5만 불이 처음에 한꺼번에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계를 이용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앞으로 5년 동안 나누어서 들어올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기계를 구입함으로써 이 회사에서는 1년에 2만불씩 돈을 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현금 기준으로 본다면 처음 이 기계를 구입한 해에는 5만 불을 지출합니다. 그리고 그 해에 2만 불을 벌어들입니다. 그러니 첫 해에는 3만 불이 손해가 날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해부터 다섯 번째 해까지는, 매년 1년에 2만불씩 이익이 생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는, 회사가 매년 정확히 얼마를 사용해서 얼마를 벌어들였는 지를 정확하게 나타내 주고 있지 못합니다. 5만 불짜리 기계를 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면, 이 기계를 1년 동안 사용하는데 드는 지출을 매년 1만불씩 계산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할 것입니다. 이렇게 5만불이 한꺼번에 지출되었지만 1년에 1만불씩 5년 동안 나누어 나간 것처럼 장부상 처리를 하는 것을 감가상각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감가상각을 해서 비용을 계산하다 보면, 매년 이 기계를 통해 2만불씩 수입이 생기고, 비용은 1만불씩 나간 것처럼 계산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회사가 이 기계를 이용해서 벌어들이는 순수익은 매년 고르게 1만불씩이 됩니다. 이것이 첫해에 손해가 많이 나고 두 번째 해 이후부터 이익이 나는 것 보다 조금 더 정확한 정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입장에서는 지출이 발생한 첫해에 비용을 늘려서 당장에 이익을 줄이는 것이 더 큰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좋을 것입니다. 이익이 줄어들수록 세금이 줄어들고 기업은 나중에 세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당장 세금을 줄이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기업은 자산에 대한 비용처리를 일정하게 나누는 것보다 초반에 한꺼번에 비용으로 처리를 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미국정부는 감가상각을 미리 당겨서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기업투자를 활성화할 목적이지요.

예전에 한국의 한 정치인이 남자는 집값이고 여자는 차 값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인 지위도 올라가고, 돈도 더 벌기 때문에 집처럼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차처럼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이지요. 이 말을 한 정치인은 여성을 비하했다고 엄청난 비판을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품격과 가치가 올라간다면 감사할 일이겠지요. 하지만 우리 몸은 점점 늙고 감가상각이 되는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도대체 우리 몸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감가상각을 할 수 있을까요?(847-364-9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