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마두로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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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 Taxon 대표/시카고>

베네수엘라에는 참 미녀가 많이 산다. 각종 미녀대회에서 베네수엘라 참가자들은 늘 상위권에 들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1952년에 시작된 미스 유니버스 선발 대회에서 지금까지 우승자를 일곱 명이나 배출했다. 이것은 역대 아홉 명의 우승자를 배출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그런데 미국의 인구가 3억 명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베네수엘라는 그 십분의 일인 3천만 명의 인구로 이런 업적을 이루었으니 실로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미인대회에 대한 관심이 조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현재 미국의 대통령인 트럼프는 여론에 떠밀려 2015년에 미스 유니버스 대회 조직위원회의 지분을 팔기 전까지 무려 20년 동안이나 미스 유니버스 대회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지분을 갖고 있던 지난 20년 동안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했던 4,000여명의 미녀들에게 접근할 기회를 가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올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이야기를 하려다가 어쩌다가 트럼프 대통령 이야기가 되었다. 참 여기저기, 어떤 이야기에도 빠지지 않는 오지랖 넓은 대통령이다.

 

어쨌든 베네수엘라에 이렇게 미인대회 우승자가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많은 여자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미인대회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들은 미인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미녀사관학교’라고 불리는 학원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학원들에서는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코스를 정해서 나이 별로 다양한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걷기와 음식 먹는 법은 물론 미인대회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등, 미인대회의 모든 것을 사전에 준비 시킨다고 한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하늘을 찌르고 있고 생필품을 훔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슈퍼마켓에는 총을 든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그래서 모든 산업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데, 유일하게 ‘미녀산업’만은 더욱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경제상황이 어려워지자, 미녀대회에서 뽑혀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지원자들이 오히려 더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미녀대회 참가를 꿈꾸는 많은 베네수엘라의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하며 몸매관리를 하기 위해 계속된 노력을 한다. 그런 베네수엘라에서는 요즘 ‘마두로 다이어트’라는 말이 한창 유행이다. 마두로는 현재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이름이다. 마두로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2013년이다. 그런데 마두로 대통령이 워낙 정치를 못하다 보니, 베네수엘라에는 식량이 부족하게 되고 그 여파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체중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이런 현상을 ‘마두로 다이어트’ 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언론에 따르면, 2017년 4월 21일 시몬볼리바르대학교에서 베네수엘라의 6,500가구를 대상으로 2016년 한 해 동안의 생활조건을 조사한 결과, 가구 구성원의 75%가 평균 8.62㎏ 만큼 살이 빠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마두로 다이어트가 실제로 벌어진 일인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식량부족 현상은 전적으로 마두로 대통령의 잘못 만은 아니다. 사실 베네수엘라의 식량부족은 베네수엘라의 직전 대통령인 차베스의 집권 시절에 도입한 생산시설의 국유화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04년 농장과 공장을 국유화했기 때문에 식량생산 부족 현상이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한때 한국에서도 미국에 맞장을 뜰 정도로 강력한 지도력을 선보인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추종세력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석유산업을 국유화하고 무상복지를 늘렸던 차베스의 정책은 그의 사후에 석유가격이 급락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의 붕괴를 가져온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베네수엘라는 ‘작은 베네치아’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의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아마존 강 유역을 탐사하던 중, 현재 베네수엘라의 마라카이보 호수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호수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수상 가옥을 지어 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너무 닮았다고 해서 그가 ‘작은 베네치아’라는 뜻의 ‘베네수엘라’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아름다운 베네치아에서 이름을 따온 베네수엘라는 차베스의 등장으로 잠시 경제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현재 더 커다란 불황의 늪에 빠져 버렸다.

 

마두로 현 대통령은 식량난을 타개해 보겠다고 2016년 군부에게 식량의 수입 및 공급권한을 맡겼다. 하지만 군 고위당국자가 식량 밀거래에 직접 참여하거나 뇌물을 받는 등 부정부패를 저지르면서 이마저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