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모두 거짓말을 한다(We all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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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

요즘 스카이 캐슬(Sky Castle)이라는 드라마가 한국에서 인기다. 이 드라마의 주제음악이 ‘We all lie.’다. 입시지옥을 겪고있는 한국의 수험생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다. 딸을 서울의대에 보내려고 안달이 난 엄마가 주인공이다. 아빠는 학력고사 전국 수석을 했던 사람이란다. 엄마는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은행장의 딸이라고 학력과 신분을 속이고 산다. 딸은 수십억원을 들여 최고의 강사진에게 학습과외와 진학지도 상담을 받는다. 진학지도 상담사가 학교에서 빼돌린 시험지로 공부해서 딸은 전교 1등을 차지한다. 요즘 한국에서는 학교성적과 생활기록부가 상당히 중요하다. 한국의 유명대학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중이 높기때문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내신성적에다가 각종수상기록, 자격증, 체험활동, 독서, 행동발달 등 학교생활의 거의 모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자기소개서도 평가에 반영된다. 교사추천서도 필요하다. 이러다보니 요즘 한국에서는 생활기록부를 조작했다는 보도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다. 주인공 가정의 이웃 집에는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다고 가족을 속인 가짜 대학생도 살고 있다. 모두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에 교사인 부모가 쌍둥이 딸들을 위해 시험지를 빼돌린 일도 있었다. 하버드 대학과 스탠포드 대학에 동시합격했다고 속이고 방송 인터뷰를 한 여학생도 있었다.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를 하는 한 경제학자가 최근에 책을 한권 냈다. 책의 제목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Everybody lies)’이다. 사람들은 모두 ‘페이스북’같은 소셜 미디어에 아름다운 사진과 글만 올린다. 하지만 이 경제학자는 이렇게 공개된 정보 대신에 사람들이 혼자 있을때 구글에 어떤 단어를 검색하는지를 주목했다. 소위 ‘구글 트렌드’를 연구한 것이다. ‘구글 트렌드’는 사람들이 구글에 어떤 단어들을 많이 검색하는지 그 추세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의 연구는 몇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한다.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인종주의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글 트렌드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오바마가 당선되었을때, 평소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Nigger’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그리고 백인 우월주의 단체에 가입한 사람들의 수도 평소보다 열배이상  늘어났다. 트럼프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여론 조사결과는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구글 트렌드는 다른 사실을 말해준다. 사람들이 대통령후보의 여론조사나 선거운동 뉴스등을 검색할때 후보이름을 어떤 순서로 검색하는 지가 단서였다. ‘힐러리 트럼프’의 순서로 검색하는 사람들보다 ‘트럼프 힐러리’의 순서로 검색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많았다. 이 검색 결과로 주별로 예상선거 결과를 만들면 실제와 거의 일치했다. 사람들은 후보 이름을 검색할 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이름을 먼저 타이핑했던 것이다. 당시 자신이 지지한다고 공개하는 후보와 실제로 지지하는 후보가 달랐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창피하다고 생각하고 속마음을 감춘 것이다.                     

미국 국세청(IRS)은 2011년에 대용량 데이터와 IT기술을 결합해 ‘탈세 및 사기 범죄 방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탈세 방지 프로그램으로 이상 징후를 미리 찾아낸다. 사기납세자의 과거 행동 정보를 분석한 후에 예측 모델링을 통해 이들의 패턴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범죄자와 관련된 계좌나 주소 전화번호등 연관관계를 분석해 세금 탈루자나 체납자를 찾아낸다. 이 결과 IRS는 연간 3,450억 달러에 이르는 세금 누락을 막아냈다고 주장한다. IRS의 데이터를 연구한 학자들이 최근에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있다. 자녀가 한사람인 자영업자가 정부에서 크레딧을 최대한 받을 수있는 소득금액은 2018년 기준으로 만불에서 18,000불 사이다. 그런데 이 금액이 몇년전까지만해도 9천불이었다. 공교롭게도 몇년전까지 미국에서 자녀를 한명 둔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신고했던 소득 금액이 바로 9천불이다. 그런데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마이애미에서는 한자녀를 둔 자영업자의 30%가 9천불을 소득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에서는 그 비율이 2%였다. 필라델피아 주민들이 마이애미 주민들 보다 더 정직한가? 데이터는 다른 정보에 주목한다. 마이애미에는 필라델피아 보다 인구대비 훨씬 많은 세금 전문가가 살고 있다. 마이애미 주민들은 전문가들을 통해 얼마의 소득이 가장 많은 크레딧을 받을 수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