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원하는 것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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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

 

자기가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그 저 웃으면서 자신에게 아침 인사만 을 건넸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 사 람도 자신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 고 믿고 하루종일 행복해 한다. 심 리학에서는 이것을 ‘ 동기에 의한 추 론’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자신이 믿 고 싶어하는 정보를 자신이 믿고 싶어하지 않는 정보보다 훨씬 더 관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 리고 자신이 믿는 것에 반대가 되 는 증거들이 나오면 무시하거나 중 요하지 않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종교적인 신념이 강한 사람 에게 아무리 신이 없다는 증거와 논리들을 들이 대봐야 소용이 없 다. 자신이 원하는 ‘동기’에 따라서 논리를 펴나간다고 해서 이런 행위 를 ‘동기에 의한 추론’이라고 부르 는 것이다. 이것을 ‘확증 편향’이라 고도 부른다. 확증편향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는 받아들이 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는 무시한 다는 말이다.

확증 편향과 관련해서, 투자의 귀 재 워렌 버핏(Warren Buffet)은 “사 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기존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견해들이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새로운 정보 를 걸러내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새로운 뉴스나 정보를 접했을 때 자신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믿음 에 맞으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 으면 무시한다는 것이다. 확증 편 향은 논리학에서 이야기 하는 ‘불 완전 증거의 오류’ 와도 비슷하다. 어떤 논리를 펴나갈 때 세상의 많 은 사건들 중에서 자신의 믿음과 일치되는 증거들만을 제시하는 것 을 이렇게 부른다. 말세론을 주장하 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 갖 자연적인 재해나 사고들만을 선 택적으로 묶어서 말세론의 증거로 제시한다.

사업하는 분들에게서 “경기가 좋 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요즘에 와서 특히 더 자주, 더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신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업에 성공하는 사 람들이 있고 해마다 돈을 엄청나게 버는 사람들은 늘 새로 나타난다. 많은 분들이 자기가 하는 장사가 잘 안되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경기 탓을 한다. 그리고 필 자에게 묻는다 “다른 분들은 좀 어 떠세요?” 그런분들께는 할 수 없이 다들 마찬가지로 어렵다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정답은 “잘 되는 분들은 잘되고 안되는 분들은 안된다”는 것이다. 장사가 안되면 경 기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 니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만 한 다. 경기가 안좋아 다른 사람도 덩 달아 장사가 안된다는 것은 자신에 게 잠시 위로가 될 지언정 궁극적 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 안좋은 경 기를 증명할 증거들만을 찾는다. 그 리고 결론을 내린다. 자신의 사업이 어려운 것은 ‘경기가 안좋아서’ 라고 말이다.

이것과는 다르지만, 조금 흡사한 개념으로 마케팅에서는 자신이 원 하는 것만 택하는 소비자들을 가리 켜 체리피커(Cherry picker)라고 부 른다. 예를 들어 어떤 가게에서 소 비자들을 많이 불러 모으기 위해 서 특정한 제품을 아주 많이 할인 한다고 가정해 보자. 체리피커들은 그 가게에 와서 다른 물건들은 거 들떠 보지도 않고 할인되는 품목들 만 골라서 사간다. 접시에 담긴 신 포도와 체리 가운데 달콤한 체리만 을 골라서 쏙쏙 집어먹거나, 케이크 위에 체리가 하나 올려져 있을때, 맛있고 비싼 체리만을 골라서 집어 먹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라서 이렇 게 부르는 것이다. 이런 얌체같은 소비자들 때문에 기업들은 최소한 일정한 가격 이상 구매를 해야 할 인혜택을 준다든지, 한 고객에게 할 인 혜택을 한가지만 준다든지 하면 서 제약을 두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믿는 것이 도가 지나치면 “동기에 의한 망각” 도 이루어 진다. 자신이 이야기한 말이나 자신이 겪은 사건 중에 자 신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적으로 기 억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잊어 버린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 문회에 나온 증인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건에 대한 기억들을 그토 록 자주 잊어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믿음에 반대되는 증거들 을 무시한다고 해서 그러한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 만 인간의 뇌가 생존을 위해서 이 렇게 발달된 것을 어떻게 하겠는 가? 차라리 이런 ‘확증편향’을 인 간에게 좋은 방향으로 이용해야 하 지 않겠는가? 늘 자신이 갖고있는 ‘기존’의 믿음이 틀릴 수 있다는 열 린자세와, 항상 새로운 증거들을 더 많이 접할 수있는 학습자세, 그리고 기왕에 인간이 원하는 것만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면, 옳은 것 만 원할 수 있도록 자신을 수련하 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