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포 미닛 마일(Four Minute 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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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1954년도까지 세상에서 1마일을 가장 빨리 뛴 사람의 기록은 4분 1초였다. 1945년에 세워진 이 기록은 9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신체적인 조건으로 1마일을 4분 안에 달린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영국의 중거리 육상선수였던 로저 배니스터(Roger Bannister)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당시 영국에서 1,500미터를 가장 빨리 달리는 선수였다. 하지만 1952년 헬싱키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그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 1,500미터 경기에서 4등을 하고 만다. 고국인 영국을 실망시켰다는 심정에 그는 견딜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 실패를 만회하려고 그가 선택한 방법이 1마일을 4분 안에 돌파하는 것이었다.

1마일은 1,600미터가 조금 넘는다. 그의 주 종목이다. 그는 당시에 스물다섯 살의 의대생이었다. 의대 공부를 하느라고 하루에 45분씩 밖에는 달리기 연습을 할 수 없었다. 의대생이었기 때문에 달리기 연습에 시간을 많이 못 쓰는 대신에 배니스터는 인간의 생체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그는 같은 거리를 달릴 때,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경우가 속도를 바꾸면서 달리는 경우보다 산소의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한다.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 덜 힘든 것이다. 그래서 그가 달리기 연습을 할 때 중점을 두었던 것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일이었다.

육상트랙 한 바퀴는 400미터다. 네 바퀴를 돌면 1,600미터가 된다. 1마일인 것이다. 배니스터는 육상트랙 한 바퀴를 달리고 2분을 쉬었다가 또 한 바퀴를 달렸다. 이런 식으로 중간에 2분씩 쉬면서 트랙을 매일 열 바퀴를 달리면서 연습했다. 소위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이었던 것이다. 그는 달릴 때마다 매번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연습을 했다. 처음에 트랙 한 바퀴를 도는데 63초였던 기록이 나중에는 59초로 앞당겨 졌다. 이렇게 네 바퀴만 달리면 3분 56초다. 4분 안에 들어 올 수 있는 것이다.

1954년 5월 6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세계기록에 도전한다. 페이스메이커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도로 달리던 배니스터는 그 날 세계 기록을 세운다. 그의 기록은 3분 59초 4였다. 하지만 그의 기록은 오직 46일 동안만 유지가 되었다. 그가 4분벽을 깬 날로부터 46일 뒤인 6월 21일 호주 출신의 존 랜디는 3분 58초의 기록으로 배니스터의 기록을 갈아치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진 내용이 있다. 일단 배니스터가 최초로 마의 4분벽을 깨자 그 뒤로 엄청난 사람들이 1마일을 4분 안에 들어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가 기록을 깬 뒤로 1년 이상, 1마일을 4분 안에 돌파한 사람은 배니스터와 랜디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오늘날까지 1마일을 4분 안에 들어 온 사람은 1,3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힘든 기록이다.

배니스터는 의대를 졸업하고 신경과 전문의가 된다. 그리고 훗날 약물복용을 한 운동선수들에게 도핑 검사를 하는 방법을 개발해 낸다. 그는 2017년 현재 88세의 나이로 파킨스씨 병을 앓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더라면 그는 또 다른 도전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열등감과 패배감을 잘 이겨내는 사람은 역사를 만든다. 하지만 열등감 하나로는 부족하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저성장 시대를 만난 요즘 젊은이들은 취직하기도 참 힘들다. 그들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노력도 많이 한다. 하지만 시대를 잘못 만난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시대 탓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자신들의 노력으로 시대를 바꾸고 경기를 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독학으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일본의 안도 다다오는 이런 말을 했다. ‘인생에서 빛을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자기 앞의 힘겨운 현실이라는 그늘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용기를 가지고 전진해야 한다’ 용기를 가지고 전진했지만 실패하면 어떨까? 안도 다다오는 ‘미래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동안에 몰입하는 그 시간 자체에 충실한 삶이 있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이여 목표를 정했는가? 그럼 몰입하자. 목표를 향해 노력하며 몰입하는 자체가 의미 있는 삶이 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