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2838

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

 

제목때문에 우연히 집어든 책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호기심에 집어들었나 보다. 이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어떤 사람들이 이런 제목에 끌렸을까. 경쟁에 지친 요즘 젊은이들이 끌렸을 것이다. 그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말이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던 어른들도 관심을 가졌을 수 있다. 혹시 내가 잘못 살았나 하는 심정이었을 게다. 또한 저자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진심을 알아 보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후자 쪽이었다. 책의 저자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다. 그는 미술을 전공했다. 그리고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걸린 병에 걸렸단다. ‘홍대병’이다. ‘홍대 미대’에 가야만 하는 병인 것이다. 그는 기필코 홍대 미대에 가려고 4수를 했다. 그리고 결국은 갔다. 하지만 대학 학비와 생활비를 벌려고 미술 과외를 하는 바람에 정작 학교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토록 원하던 대학을 졸업했지만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어렵사리 작은 직장을 구해 열심히 다녔다. 하지만 직장 일만 하면서 생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업까지 하게 된다. 만화를 그린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 군데군데 그가 직접 그린 만화들로 채워져 있다. 만화가 있으니 글은 별로 많지가 않다. 내용도 아주 쉽다. 한시간 반이면 다 읽을 수있다. 나도 나름 열심히 산 사람으로서 이 책을 돈을 주고 사기는 아까웠다. 그래서 서점에 서서 다 읽었다. 그러면서 내 나름대로 이 책을 재해석했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정말로 열심히 살지 않으면 큰 일 아닌가?

저자는 ‘하마터면 (쉬지도 않고 계속) 열심히 살 뻔했다’ 고 말하는 것같다. 지친 인생에 쉼표를 주는 시간을 갖자는 이야기다. 그는 이 말을 할만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다가 지쳐버렸다. 투잡을 뛰어도 집을 사기 힘들었다. 결혼도 못했다. 이러려고 자신이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 후회도 한다. 그렇게 그는 지친 것이다. 마침 부양할 가족은 없고, 모아놓은 돈은 조금 있었다. 검소하게 잘 유지하면 몇년 정도는 일하지  않고 살 수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 둔 것이다. 그리고 쉬었던 것이다. 한번쯤은 자기 마음대로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계속 이야기한다. 돈이 다 떨어지면 또 먹고 살기 위해서 다시 일을 하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 휴식이 끝나면 다시 언제든지 열심히 살 수있는 것이다.  그는 ‘하마터면 (열정도 없는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 뻔했다’ 고 이야기 하는 것같다. 그는 열정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열정을 태우고 싶어하는 욕망이 넘쳐 보인다. 스스로도 열정을 증명한다. 직장을 그만 두고 놀면서 이책을 열심히 쓴 것이다. 책에 들어갈 그림도 열심히 그렸다. 그래서 베스트 셀러까지 만들지 않았나. 하지만 사회가 강요하는 억지 열정은 못마땅해 한다. 특히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열정을 이용하는 것을 혐오한다. 소위 ‘열정 페이’라는 명목으로 일을 시키면서 돈을 제대로 주지 않는 악덕 업자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또한 저자는 ‘하마터면 (돈만을 위해서) 열심히 살 뻔했다’ 라고 이야기 하는 것같다. 스스로 안분자족하는 삶을 보여준다. 조금씩 벌어서 조금씩 쓰고 살면 몇년을 일하지 않고 버틸 수있단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무엇이든 일을 하면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재미없는 일을 하면서 산다. 하지만 한번쯤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아 봄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돈만을 벌기 위해서 억지로 열심히 살지는 말자고 말하는 것이다.

제목만 보고는  젊은이들에게 대충 살라고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책을 다 읽고서도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쉽고 편한 책만 읽는 줄 알고 걱정을 했다. 하지만 책을 내 나름대로 재해석을 하면서 조금 안심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정말 열심히 일을 해야하는 시기다. 이런 나에게도 조금 위로가 되는 제목이다. ‘하마터면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열심히만 살 뻔했다.’<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