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화장해 뜯어먹는 하이에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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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회계사/변호사

 

실제로는 손해인 회사의 장부에 분칠을 해서 마치 엄청난 이익이 난 것처럼 속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해먹었다. 임직원 보너스로 4,900억원이 지급됐다. 직원 한사람은 회사비품 구입 대금인 것처럼 속이고 180억원을 횡령해 내연녀와 명품을 수집하며 호화생활을 했다. 정부에서 임명된 이 회사의 사장들은 회사 돈으로 망해가는 다른 회사들을 사들여 망해 가는 회사에 공사대금인 양 돈을 막 퍼주고, 나중에 그돈을 자기 주머니로 집어넣었다.

고국의 3대 선박회사의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이라는 회사가 이토록 어마어마한 부정과 비리에 휩싸이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분식회계가 가장 큰 몫을 했다.

분식회계란 마치 못생긴 여자가 분칠을 해서 아름답게 보이려고 하는 것처럼 회사의 회계장부를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을 말한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회사는 먼저 분식회계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부풀린다. 자기 자본 규모를 부풀리면, 은행은 이 회사가 탄탄한 회사인줄 알고 융자를 늘려주며, 투자자들은 이 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마구 사들여 주식가격이 올라간다.

 

조선업계에서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분식회계가 가능한 이유는 또한 건설회사나 조선회사와 같이 수주를 받아서 긴 기간동안 공사를 하는 ‘수주회사’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수익과 비용인식 방법 때문이다. 선박회사나 건설회사와 같은 수주회사들은 일반적인 회사들과는 수익과 비용을 인식하는 방법에 조금 차이가 있다. 수주산업은 보통 공사 진행률에 따라 매출을 인식한다. 그런데 선박회사들은 이 공사 진행률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부실을 숨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를 한채 만들어 주고 1,000억을 받기로 계약한 일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에 금년에 전체 선박의 10%를 만들었다면, 올해 매출은 100억 원(1000억 원×10%)이 될 것이다. 이때 10%를 진행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고객으로 부터 실제로 돈은 한푼도 받지 않았어도 진행률에 따라 매출은 100억이 잡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100억원은 배의 수주를 맡긴 고객에게 받기는 커녕 아직 청구되지도 않은 금액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공사 중간에 고객이 수주를 취소해 버리면 1,000억원중에 한푼도 받지 못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수주회사의 진행률은 ‘실제로 발생한 원가’를 ‘총예정원가’로 나누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선박을 만들기 위해 총 100억 원이 든다고 예상하면 ‘총예정원가’는 100억원이 된다. 그런데 이중에 올해 10억원의 비용이 실제로 투입됐다면 ‘실제발생원가’는 10억원이 되는 것이다. 이경우에 금년도 진행률은 10억원(실제발생원가)을 100억원(총예정원가)으로 나눈10%가 되는것이다. 이 진행률에 처음 공사 계약금액(1,000억)을 곱하면 수익(100억)이 되는 것이다.

 

대우 조선은 수주를 받은 공사의 총예정원가, 즉 위의 설명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100억이라는 숫자를 해마다 낮추는 방식으로 공사 진행률을 높였다. 이렇게 하면 진행률이 올라가서 당해년도에 인식하는 매출이 늘어나고 당기순이익도 함께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공사를 해본 분들은 잘 알겠지만, 원래 전체 공사비는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은 총예정원가의 증가는 반영하지 않고 기술의 발전이나 유가하락 등 여러가지 원가절감 요인들만 반영하여 총예정원가를 줄이고 이를 통해서 진행률을 높여잡고 결국에는 수익을 과대 계상했던 것이다. 게다가 중간에 수주를 취소한 경우와 같이 회사 실적에 나쁜 영향을 미칠 요인들은 장부에 하나도 반영을 안했던 것이다. 이렇게 밝혀진 분칠 규모가 현재까지 5조 4천억원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대한민국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중이니 이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들의 부실과 부정이 계속되어왔던 것은 정부나 정치계의 비호가 있지 않았나 하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실체가 얼마나 드러날 지는 의문이다.

 

이들의 행위를 정리해 보면 허위로 보기 좋은 회사장부를 만들어 투자자와 은행을 속여 돈을 끌어 모아 그것으로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으로 엄청난 돈을 지불한 뒤에 나중에 하청업체나 유령업체에 모인 돈을 뇌물로도 사용하고 자신들도 착복했던 것이다. 국영기업 하나에 분칠을 예쁘게 해놓고 탐욕스러운 하이에나들이 여기저기서 달려들어 마구 뜯어먹은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