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복리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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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 변호사/Taxon 대표

 

언젠가 한번 작정하고 복리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많은 투자 전문가들이 ‘복리의 마술’이니 ‘복리의 힘’이니 하면서 복리를 추앙한다. 물론 복리는 단리에 비해서 그 위력이 대단하다. 세간에는 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 박사도 복리의 위대성에 대해 극찬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투자자 모임 같은 곳에 참석해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프리젠테이션 중에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말이라면서 이렇게 적혀 있다. “복리는 인류가 발견한 8번째 불가사의다. 복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그걸 받아 부자가 되고, 복리를 모르는 사람은 그걸 내면서 가난해 진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실제로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는 증거는 아무 곳에도 없다고 이야기 한다.

 

요즘과 같이 이자율도 낮고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복리의 힘’은 조금 과대평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복리의 마술은 그저 환상에 불과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자는 돈을 빌리는 것에 대한 댓가이다. 이런 이자에는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단리가 있고, 이자에 이자가 계속해서 다시 붙는 복리가 있다. 그렇다면 2011년에 오하이오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례 하나를 가지고 복리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오하이오주에 사는 할머니 한분이 2011년에 100살이 되었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동네의 은행으로부터 엄청난 감사와 축하를 받는다. 이유인 즉, 그녀는 무려 98년 동안이나 똑같은 정기예금 계좌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두살이 되던 1913년 그녀의 생일, 그녀의 할아버지는 그녀의 이름으로 6달러 11센트의 돈을 예금한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그때 만든 이 저축성 계좌를 단 한번도 해약하지 않고 98년간 유지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98년이 지난 2011년에 그녀의 6달러 11센트는 얼마가 되었을까? 실제로 그녀는 98년동안 수없이 많은 돈을 입출금 했고, 그동안 이자율도 계속해서 변동이 되었으니 정확히 그녀의 6달러 11센트가 현재 얼마가 되었는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이 금액을 계산하는데, 여기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이자율이다. 이자율이 낮으면 천하의 복리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녀의 6달러 11센트가 만일 평균 연이자 20%의 복리를 받는 계좌에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98년뒤에 이 계좌의 잔액은 3억 5천만 달러가 된다. 한국 돈으로 4천억원 가까이 되는 돈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평균 연리가 2% 였다면, 그 돈은 현재 고작 42불 55센트가 되어있을 뿐이다. 많은 투자상담가들이 투자자를 설득할 때 이자율을 살짝 올려 잡고, 기한을 살짝 길게 잡음으로써 복리를 이용해 얼마나 많은 장난을 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놀랍다.

 

그렇다면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1900년이후에 오늘날까지 미국의 평균 이자율은 5%가 조금 안된다. 계산하기 편하게 5%로 놓고 복리계산을 해보면 이 할머니의 6달러 11센트는 지금 돈으로 728달러가 된다. 어떤 사람은 그래도 100배이상 뛰었으니 많이 올랐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그런데 1913년부터 지난 100년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을 따져보면 23배 가량이 올랐다고 한다. 이걸 감안하면 복리의 효과는 반감한다. 이 말을 다시 적어보자. 이자율이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과거의 돈을 현재의 기준으로 바라 보기때문이다. 과거의 돈을 현재의 눈으로 보면 작아 보인다. 우리는 저 할머니의 최초 예금 6달러 11센트를 생각할때 오늘날의 물가 수준으로 저 돈의 수준을 생각한다. 그러면 적은 돈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할머니가 두살이었을때 6달러 11센트는 사실 꽤 큰 돈이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미래의 돈도 역시 현재의 물가 수준으로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미래의 돈은 실제보다 상대적으로 더 커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일 누군가가 지금 5% 복리로 6달러 11센트를 예금한다면 98년뒤에는 728달러가 되니 꽤 큰돈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의 728달러를 지금의 물가수준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과연 98년뒤에 728달러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살 수 있을까?

 

게다가 살다보면 저렇게 오랫동안 은행에 계좌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에게는 갑자기 예상하지 않았던 많은 일들이 생긴다. 자식이 큰 병에 걸린다거나, 가장이 직장을 잃는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가입했던 정기예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된다. 복리가 마술처럼 보이는 것은 이자를 쓰지 않고 매년 원금과 이자를 합쳐 고스란히 재투자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노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보통 노후에 원금은 지키면서 임대수익이나 이자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싶어한다. 이런 경우에는 매년 이자를 빼고 똑같은 원금만을 계속해서 재투자 하는 개념이므로 복리를 이용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복리에 대해 과대평가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절대로 복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특히 사채같은 것은 이자율이 높은 복리이기때문에 무심코 빌린 돈은 이자가 빨리 불어나 금방 갚을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