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불륜과 희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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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

“괜찮은 남자는 모두 유부남이고 완벽한 남자는 전부 게이(Gay)다”라는 말이 있다. 노처녀들 사이에 한때 유행했던 이 말은, 그녀들이 왜 아직까지도 짝을 찾지 못했는지를 설명해 준다. 아름답거나 능력있는 상대방의 숫자는 정해져 있다. 반면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정작 자신이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상품을 “희소성”을 가진 상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상품은 가격이 비싸기 마련이다. 잘난 상대방 역시 연애시장에서는 “희소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반드시 잘난 상대가 드물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불륜을 조장한다는 이론이 최근에 제기되었다.

과학자들은 잘못된 만남을 해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귀가 솔깃해질 만한 이색적인 주장을 최근에 제기했다. 우리의 코와 뇌에서 일어나는 생리적인 반응이 ‘잘못된 만남’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미국 록펠러대 신경생물학 연구실 도널드 파프 교수팀은 암컷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혼자 지내고 있던 수컷 생쥐를,다른 한 그룹에게는 다른 암컷 생쥐와 함께 지내던 수컷 생쥐를 집어 넣었다. 그랬더니 암컷들은 특이하게도 다른 암컷과 함께 있던 수컷을 더 좋아했다는 것이다.

암컷 생쥐가 냄새로 수컷쥐의 과거를 알아낸다는 것이 이미 생물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수컷에게다른 암컷의 냄새가 섞여 있다는 것은 이미 이 수컷이 다른 암컷에 접근했었다는 일종의 ‘정보’가 된다. 그런데도 암컷들이 이렇게 과거가 있거나 현재 다른 배우자가 있는 수컷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다른 암컷이 눈독을 들일 만큼 이 수컷이 이미 ‘검증된’ 배우자감이라는 사실을 암컷들이 알아차리기 때문에 아마도 암컷들이 임자있는 수컷 생쥐를 좋아하는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다른 암컷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 괜찮은 수컷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진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러니 자기 친구의 연인에게 관심이 가는 것이 생물학적으로도 설명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위험한 요소도 되면서 또한 끌리는 요소가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꼭 냄새때문이 아니라 대부분의 암컷들이 좋아할만하고 선택할만한 수컷은 바로 그 이유때문에 이미 다른 암컷의 차지가 된 것일 수도 있다. 어쨋든 우리가 알고 있는 분명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존재가 반드시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상품중에도 반드시 이런 상품이 존재한다. 어떤 물건을 고를지가 쉽지 않을때, 또는 대부분의 상품들이 비슷비슷할 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대로 그냥 따라한다. 비슷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가게에서 점원에게 가장 많이 팔리는게 뭐냐고 물어보고 사는 행동이나,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코너에 일단 올라가면 그 책은 예전보다 더 많이 팔리게 되는 것도 역시 같은 원리인 것이다.

그래서 사업은 상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많은 고객으로 부터 선택받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고 고객들이 한번 몰리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없는 대단한 잘못을 하지 않는한 그 다음부터 그 상품은 시장에서 저절로 판매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사업가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그랜드 하얏트호텔과 트럼프타워를 건설하면서부터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너무나 사치스럽고 비싼 호텔과 아파트를 짓는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호텔과 아파트를 팔때 트럼프는 늘 계약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멋지게 지은 모델하우스를 보여주고, 이 아파트를 사려면 먼저 대기자 명단에 등록하고 기다려야만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미 밀고 당기는 원리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쉽게 사귀기 힘든 연인이 상대방의 애를 더 태우는 것처럼, 사기 힘든 것처럼 보이는 물건일 수록 사람들은 더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이다.

전문가들도 어떤 경우에는 바쁘고 만나기 힘든것이 오히려 더 고객을 끄는 유인이 될 때가 있다. 사무실에 찾아갈 때마다 항상 만날 수 있는 전문가나, 필요하면 자신이 직접 고객을 찾아와서 상담을 해줄 수도 있는 전문가라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고 고객들이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