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아 삼성! 삼성!

1603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아침마다 조회시간에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 구절은 이랬다. ‘아 삼성! 삼성! 온누리 밝히는 빛이 되리라!’ 아직도 삼성에 다니고 있는 입사 동기들에게 요즘도 ‘우리의 노래’를 부르는지 물었다. 부르지 않은지 10년이상 되었단다. 이 노래 덕분인지, 삼성은 최근 20여년 동안 온누리를 밝히는 빛이 되었다.

지난주에 이재용 부회장이 대한민국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되었다. 이재용씨의 공식 직함은 삼성전자 부회장이지만 그는 실질적인 삼성그룹의 총수다. 그의 구속사유는 대통령 측근에게 뇌물을 준 혐의다. 특검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박근혜 정권이 도와준 댓가로 이재용씨가 뇌물을 주었을 것이라고 본다. 한때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두 회사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정권이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용씨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왜 합병했을까? 겉으로 발표한 목적은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바로 삼성그룹에 대한 이재용씨의 지배권 강화다.

삼성그룹의 핵심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를 가지면 삼성을 지배할 수있다. 그런데 이재용씨가 직접 소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0.57퍼센트다. 이재용씨가 삼성전자의 주식보유를 늘리는 방법은 딱 세가지다. 첫째,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것이다. 둘째,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세번째는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제일모직)와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삼성생명 또는 삼성물산)를 합병하는 것이다. 그는 세번째 방법을 택했다. 이재용씨를 비롯해 그의 가족은 제일모직 주식의 절반을 가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7.21퍼센트 가지고 있다. 최대주주다. 그런데 금융/산업 분리원칙 때문에 제일모직은 삼성생명과 합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삼성물산을 고른 것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4.06퍼센트 가지고 있었다. 이는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계열사 중에 가장 많은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은 워낙 비싸서 4퍼센트만 해도 금액으로는 8조원이다.

제일모직이라 불리는 저 회사는 원래 에버랜드라는 회사였다. 2013년, 에버랜드는 제일모직과 합치면서 회사 이름을 제일모직으로 바꾼다. 혹자는 이를 이름세탁이라 부른다. 에버랜드는 이재용부회장의 삼성그룹지배권을 강화하는데 맨처음 이용된 회사라서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2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이건희 회장은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60억원을 증여한다. 이때 이재용씨는 증여세로 고작 16 억원을 국세청에 낸다. 이재용씨는 이 돈으로 삼성그룹 계열사 중 상장되지 않은 에스원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산다. 그리고 얼마 후 두 회사를 상장시켜 자기 주식을 605억원에 팔아 열배를 불린다. 그리고 이 돈으로 당시 상장되지 않았던 에버랜드 주식을 저가로 구입한다. 그리고 그는 에버랜드를 지배한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이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다. 이렇게 해서 20여년전 이재용씨의 삼성 지배구도의 첫번째 그림이 완성된다.

에버랜드는 회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꾸고, 2014년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그리고 2016년에는 삼성물산을 합병한다. 합병후, 회사이름은 삼성물산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삼킨다. 삼성물산 주식 1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제일모직 주식 0.35개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합병한 것이다. 두 회사를 합병하기 직전에 주식의 가격이나 시가 총액 면에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세배 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우선 제일모직의 주가는 가장 높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가장 낮을 때 합병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는 손해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두번째로 주식의 가격이나 시가총액이 아니라 회사의 장래성이나 순자본 개념으로 본다면 삼성물산이 훨씬 더 가치있는 회사인데 합병비율은 지나치게 제일모직에게 유리하게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제일모직이 세배나 유리하게 합병이 되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이 왜 중요할까? 만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1:1의 가치로  합병을 했다면, 이재용씨 가족은 통합한 회사의 지분을 20 퍼센트 정도만 보유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일모직 주식 1주를 삼성물산 주식 3주로 환산했기 때문에, 이재용씨 가족은 합병한 회사지분을 30.5퍼센트나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재용부회장의 삼성 지배구도 두번째 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현재 그가 소유한 삼성그룹 주식의 가치는 대략 10조원 정도 된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60억원을 받은 후로 22년만에 그의 재산은 천오백배 이상이 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 서울 구치소에서 한끼에 1,400원하는 식사를 먹으며 갇혀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