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퍼니지먼트(Funagement)

2014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

 

“이 비행기는 금연입니다. 이 비행기에는 오직 두군데에서만 담배를 피우실 수 있는데 비행기 밖의 왼쪽 날개 위와 오른쪽 날개 위에서 피우시면 됩니다. 혹시 담배를 피우실 분을 위해서 오늘 저녁 영화도 준비했습니다. 오늘 비행기 날개 위에서 상영해드릴 영화 제목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기내방송이었다고 일려진 내용이다. 고객들에게 딱딱하게 “이 비행기는 금연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대신에 유머러스하게 금연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이걸 한국에서는 펀(Fun)경영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재미’라는 뜻의 Fun과, ‘경영이나 관리’라는  뜻의 Management를 붙여서 Funagement라는 단어를 만들어 사용한다. 유머러스한 경영을 일컫는다.

 

한때 이 회사 경영자인 허브 회장의 일화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1992년의 일이다. 당시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Plane Smart’라는 광고 문구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저가 항공을 표방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고객들에게는 “똑똑하게 항공여행을 하라”는 구호가 먹혀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구호는 이미 스티븐스 항공사에서도 사용하고 있던 문구였던 것이다. 스티븐스 항공사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에 연락해서 자신들이 먼저 사용한 홍보 문구이니 사용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을 한다. 계속 사용할 경우에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협박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자 이 문제 때문에 고민하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허브 회장은 이색적인 제안을 한다. “법률비용으로 쓸데없이 회사 비용을 낭비하지 말고 우리 두 회사의 회장들이 만나서 팔씨름으로 결정합시다. 이긴 쪽에서 ‘Plane Smart’를 계속 쓸 수 있도록 말이요.” 스티븐스항공사의 회장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두 회사의 회장간의 팔씨름이 벌어진다. 팔씨름에서는 허브 회장보다 젊었던 스티븐스 항공의 커트 회장이 승리한다. 하지만 커트 회장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계속해서 ‘Plane Smart’ 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이에 감동한 허브 회장은 감사의 뜻으로 절약한 변호사 비의 일부인 5000달러를 루게릭병 환자들에게 기부한다. 이 일로 사우스 웨스트 항공사의 주가는  세배 가량 폭등했다고 전해지고, 허브회장은 당시 부시 대통령에게 감사의 전화까지 받았다고 한다.

 

요즘 고국에서 회사의 간부나 경영진이 이 퍼니지먼트를 실제로 회사에서 어정쩡하게 실행해 옮긴 것이 아재개그가 아닌가 한다. 썰렁하더라도 차라리 아재개그라도 하는 것이 낫다. 재미가 없으면 직장 분위기가 참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살면서 정말 재미 없는 경우를 떠올리라면, 중고등학교 시절 월요일 아침마다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여서 들었던 교장선생님의 훈시였다. 당시에 들었던 그 어떤 훈시 내용도 지금 내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지금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 사실이 있다. 더운 여름날 학생 몇명이 훈시를 듣다가 쓰러졌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장선생님은 재미없는 훈시를 계속하셨다는 사실이다.

 

퍼니지먼트의 또 다른 예가 있다. 미국 메사추세츠에 있는 소형 항공회사인 케이프항공이라는 항공사는 조그마한 섬들을 연결하는 지방항공사다. 그런데 섬 지역에서 발생하는 잦은 안개 때문에 항공기 운행에 차질이 생겨 늘 골칫거리였다. 어쩌다 안개가 끼면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고민 끝에 이 회사는 유머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다. 안개 때문에 비행기 운행이 힘들어질 때마다 이 항공사는 안내 데스크에 이런 문구를 붙여 놓기로 한다. “하느님과 직통전화가 잠시 끊겼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언제 안개가 걷힐지 알 수 없습니다. 통화가 되는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문구는 고객들에게 곧 화제가 되고 고객들의 불만은 크게 줄어든다.

 

다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로 돌아오자. 이 회사는 직원들의 이직률이 6.4%란다. 미국의 어느 항공사보다도 낮은 숫자다. 이 회사에는 1년에 30만명 가량이 지원을 하는데 이중에 10만명을 인터뷰하고 실제로 채용은 오직 6천명 남짓만 한다. 이력서를 보낸 지원자의 2% 정도만 최종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직원에게 바라는 것은 실력보다 세가지 기본 정신이란다. 첫번째는 혁신적인 도전정신이다. 두번째는 타인을 섬기는 봉사정신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재미있는 것을 사랑하는 정신이란다. 이 회사가 직원을 채용하는데 기준이 되는 세번째 정신이 바로 펀경영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경영진부터 직원들까지 하나가 된 퍼니지먼트의 영향으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저가 항공사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항공사들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불황기에도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항공사로 오늘날까지 퍼니지먼트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