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폰지와 도나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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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투자한 지 석달이면 원금 만큼의 이자를 준단다. 석달 만에 가진 돈이 두배가 되는 셈이다. 석달 뒤에는 두배가 된 원금과 이자를 합해서 다시 재투자를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다시 석달이 지나면 또 두배가 된다. 6개월이 지나면 맨처음에 투자한 금액은 네배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일년 후면, 최초의 원금은 열여섯배가 되어있을 것이다. 이런 투자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1920년대 초에 미국의 폰지라는 사람이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수익이다. 이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것이 폰지 사기다.

 

폰지가 이러한 금융사기의 창시자는 아니다. 폰지보다 21년이나 앞선 1899년에는 사기꾼 윌리암이라는 사람이 1주일에 10퍼센트의 이자를 주겠다고 사람들을 현혹했다. 일주일에 10퍼센트의 수익률이면 10주 후에는 100퍼센트가 된다. 두달 반이면 두배가 되는 셈이다. 당시에 이 사기꾼이 사람들에게 투자를 명목으로 받은 돈이 백만달러라고 하니 지금 물가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될 것이다. 이 사람은 나중에 10년동안 감옥에서 살다 나와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다가 죽었다.

 

1920년에 뒤늦게 나타난 폰지는 윌리암보다 더 유명해진다. 그 이유는 당시까지는 조금 생소했던 이런 종류의 사기를 대중에게 널리 알렸고 사기금액도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폰지가 7개월 만에 속인 사람의 규모는 3만명이 넘었고, 그들에게서 받은 투자금은 8백만달러에 달했다. 폰지는 어떤 우표들은 그 우표가 발행된 나라에서 보다 다른나라에서 더 비싸게 팔린다는 사실을 알아 차린다. 그래서 전세계 각국의 우표들을 사와서 그 우표를 발행한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 더 비싼 값으로 팔아, 차액을 내겠다고 사람들을 현혹시켰다. 하지만 그사람 밑에서 회계를 맡았던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폰지는 실제로는 덧셈이나 뺄셈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폰지는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였다. 식당에서 막일을 하던 폰지는 자잘한 범죄로 감옥에 들락거리다가 감옥 안에서 금융사기범들을 만나 노하우를 배운다. 그의 사업 아이템에 의구심을 제기한 신문기자와 신문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벌금도 받아낸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 그의 사기 행각이 밝혀져 그는 연방법 위반으로 3년반을 감옥에서 살다 나온다. 연방법원에서 나온 그를 기다린 것은 메사추세츠 주 검찰이었다. 그는 다시 감옥에 안가려고 도망치다 붙잡혀 7년동안 추가로 감옥생활을한다. 당시 그는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었기때문에 출소후 미국에서 영구 추방이 된다. 그리고는 브리질의 한 노인시설에서 홀로 불우하게 죽었다고 전해진다.

 

폰지 사기가 알려진 뒤로 근 10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이런 류의 사기는 겉모양만 바꿔 계속되고 있다. 필자가 들은 이런 종류의 실제 사기 중에 하나는 타임스퀘어 같이 모든 사람들이 볼 수있는 곳에 대형 광고판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이 사업을 추진한 자들은 로스앤젤레스 시내 한복판에 커다란 광고탑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일단 큰 돈을 들여서 전자 광고판만 만들어 놓으면 그 후로는 대기업들로부터 자동적으로 엄청난 광고수익을 계속 받을 수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서둘러 대형 전자 광고판을 만들 비용을 투자하라고 유인을 했다. 필자의 한 지인은 미국에 오래 전에 이민와서 평생 세탁소를 운영해 목돈을 모으셨다. 그런데 10년쯤 전에 은퇴를 계획하시고 가진 집과 사업체를 모두 팔아 2백만달러 가까운 돈을 이 사업에 몽땅 투자를 하셨다. 만일 이 분께서 이 사업에 대해서 필자에게 미리 자세히 말씀을 해주셨다면 투자하지 못하게 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께서는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먼저 투자를 할까봐 쉬쉬하면서 가진 돈을 모두 투자를 했고 필자에게도 비밀로 했다. 이 분의 돈을 받은 업자들은 초기에 몇번 수익금을 돌려주다가 나중에 돈만 챙기고 달아나 버렸다. 광고판은 그냥 유인책이었고 애초에 세울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2008년부터 2013년사이에 ‘도나도나’ 라는 회사가 주도한 양돈 투자사업이 광풍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이 사업의 골격은 이렇다. 소는 새끼를 한번에 하나밖에 못낳지만, 돼지는 한번에 새끼를 스무마리씩 낳는단다. 도나도나의 대표는 평생 양돈 사업을 했던 사람이고 혁신적인 양돈기술을 갖고 있단다. 그러니 도시의 투자자가 돼지 한마리에 6백만원 정도를 내고 투자를 하면, 회사는 새끼 스무마리를 키워 수익을 되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이 말을 믿고 1,700여명이 투자한 돈은 2,400억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2013년에 유사수신 등의 혐의로 기소 되었지만, 현 청와대 민정수석인 우병우씨나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씨등 화려한 전임 검찰간부들의 변호를 받아 1,2심에서 유사수신 행위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게 된다. 물론 최근에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하급법원으로 사건이 돌아갔으니, 사건의 추이는 더 두고봐야 한다.

 

이런 사기사업들의 내용을 들어보면 그럴싸하게 들린다. 도나도나 측도 투자자들에게 “이 돼지가 당신 돼지요”하면서 돼지 목에 투자자 이름으로 된 명찰을 달아 놓고 개끗하게 청소된 농장을 견학시켜주고 돼지고기도 양껏 먹였단다. 다만,  투자자가 떠나면, 돼지 목에 명찰을 바꿔달고 또  다른 투자자들을 불렀다. 이런 사기사업들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이익금이랍시고 돌려 주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위해 자신의 수익금을 다시 재투자하기 때문에, 그저 숫자에 불과한 자기 이익금액의 증가를 보고 매일 뿌듯해 하며 다른 투자자를 모은다.

 

주위에 유명인들을 동원해 그럴싸하게 광고를 하고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사업이 있는가? 실제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들이 이 사업의 열광적인 신봉자가 되어 당신을 유인하고 있는가? 그 사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 하지만 순진한 당신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