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강권 금지·자리 배치도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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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송년 모임도 일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참여하는 것이 성희롱 사고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연합]

송년 회식서 ‘미투’ 피해, 소송 안 당하려면
부부동반 권장·회식 가이드라인 공지 등
미 기업 76% 연말 파티, 2016년 이후 최고

식음료 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K씨는 올해 회사 송년모임을 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투’(MeToo) 운동의 여파로 지난해 송년모임 없이 지나간 것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마음에 걸렸다고 K씨는 말했다. 송년모임을 열면서 걱정 하나도 늘었다. 술이 돌다 보면 자칫 남녀 직원간에 성희롱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K씨는 “술을 강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자리 배치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며 “송년모임을 다시 열긴 열지만 사고 없이 잘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연말 송년모임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송년모임에 따른 성희롱 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성폭력 사고 희생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지는 미투운동이 2017년부터 시작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직장 내 성희롱 사고 발생을 우려해 연말 송년 모임을 자제해 왔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 내 업체들의 상당수가 올해 송년모임을 개최하기 때문이다.
고용컨설팅 업체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에 따르면 미국 내 업체 중 76%에 달하는 업체들이 올해 송년 모임을 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11%나 증가한 수치이면서 2016년 이래 최고 수치에 해당된다.
더욱이 송년 모임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들의 절반 이상이 술을 제공한다고 답해 올해 업체들의 송년 모임은 술잔이 오고 가는 송년 모임일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같은 송년 모임의 변화는 그간 성희롱 사고 발생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술이 없는 송년 모임을 개최하거나 아니면 아예 송년 모임 자체를 취소했던 경향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만큼 직장 내 성희롱 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한 결과 자신감을 회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완전 고용 수준에 가까운 실업률로 직원 구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송년 모임을 개최하는 업체들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야 어떠하든 술이 도는 송년 모임에는 성희롱 발생 가능성도 높아 업주들의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송년 모임을 직원들이 성희롱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업체의 성희롱 사고 대처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시험해 보는 기회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송년 모임 책임자를 정하고 ▲가능하면 부부동반 모임으로 ▲전문 바텐더를 고용해 술의 양을 조절하며 ▲모임 참석자를 20명 정도로 나눠 개최하거나 ▲신체 접촉의 음악이나 게임을 금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송년 모임에 참석하는 직장인은 일의 연장 선상에서 마치 사무실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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