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진통제등 처방약 남용 폐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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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서버브 5개 카운티서만 132명 사망…미전역 사망자는 무려 2만여명

의사·환자 인식변화 절실, 계몽 캠페인·미사용 처방약 수거등 예방책 확대돼야

 

 

Drug네이퍼빌 경찰서에 마련된 사용하지 않는 처방약 수거 박스. 이 박스에 각종 약들이 가득 쌓이면 폐기 전문업체로 전달된다.<사진=데일리헤럴드>

 

처방약 남용 문제가 미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한인들에게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와 관련, 데일리 헤럴드지는 최근들어 처방약 남용의 실태를 전하는 기사를 시리즈로 연재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해왔다. 이에 본보는 이 신문의 시리즈 기사를 토대로 처방약 남용의 실태와 아울러 예방을 위해 현재 시카고 서버브지역에서 벌어지고 캠페인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처방약 남용의 실태

미전역에서 각종 약품의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무려 4만4천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사망건에 버금가는 수치로 약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 중 절반은 처방약 남용 또는 과다복용(prescription overdose)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4배 이상 의사들이 마약성 진통제(opioid)를 4배 이상 처방해 온 것으로 드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국안전협회(NSC), 각 카운티 검시소 등에 따르면, 2014년 듀페이지·케인·레익·맥헨리·윌 카운티 등에서 처방약 남용으로 132명이 사망했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 급증

#사례: A씨는 치아를 뽑은 후 처방전으로 강력한 효과를 지닌 진통제 ‘바이코딘’(Vicodin) 90일분을 처방받았다. 하루에 3알씩 복용하자 통증이 가라앉음을 느꼈고 처방받은 약을 의약품 캐비넷에 밀봉하지 않은 채로 보관했다.

이 사례는 우리가 흔히 범하지만 좋지 않은 행동이다. 아이타스카 소재 전미안전협회 돈 티어터 박사는 “처방약 남용 이슈는 의학계에서 점점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미안전협회측은 마약성 진통제가 뇌로 전달되는 신호의 강도를 저하시킬 수 있음을 주지하고 의사들에게 진통제 처방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지역적으로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약의 오용을 방지하고 안전하게 복용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교육하는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방 캠페인과 같은 노력들이 처방약 남용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정에서의 처방약 보관에 신중

서버브 지역 관련 통계조사 역시 처방약 남용이 꾸준한 문제로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 관계자 및 관할 경찰에 따르면, 네이퍼빌 지역에서 약 남용 처방전은 2014년 29개, 2015년 현재까지 25개(2014~15년 사망 1명 포함), 샴버그 지역에서는 2014년 16개(사망 6명 포함), 2015년 현재까지 18개(사망 7명 포함)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듀페이지·케인·레익·맥헨리·윌 카운티에서는 2014년 132명, 지난해에는 102명이 각각 사망했다. 약 구입경로는 주로 의사의 처방, 지인이나 친구, 암시장 거래로 대부분 신경 안정제, 기침 시럽, 수면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D/ADHD) 안정에 사용되는 약들이 통용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편 네이퍼빌에서는 비영리기관인 ‘KidsMatter and ParentsMatterToo’가 지난 11월부터 ‘부모들은 모두가 볼 수 있는 약품 캐비넷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약을 밀봉해 보관할 것’을 권장하는 약 남용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에서는 ‘Accidental drug dealer’라는 이미지를 이용해 약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는 부모의 책임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진통제 남용에 따른 중독

지난 10월 전미안전협회는 웹사이트에 ‘처방약 남용은 유행성’이라는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약 처방이 활발해 지게 된 이유는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료기관에서는 진통에 대해 모니터링하기 시작했고 의사들은 진통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의사들은 진통제 처방 횟수를 증가시키게 됐고 Percocet, Oxycodone 등 마약성 진통제(opioid)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게 됐다. 이때 진통제를 복용한 환자들이 자연스레 통증에 민감해지기 시작하면서 약 복용을 멈추면 여전히 통증이 남아있거나 더욱 아프다고 느끼게 됨으로써 중독에 이르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네이퍼빌 소재 행동건강연구소의 데이빗 로트 메디컬 디렉터는 “의사들의 진통제 처방은 환자들에게 추후 스트레스, 불안증 등의 증상을 자가진료(self-medicate)하게 하는 초석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자조 동기(self-help motivations)는 사회에 의한 정신적인 문제와 도피하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중독 문제를 야기하곤 하는데 기침 시럽, 감기약 등은 전형적으로 심각한 환각상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나른함 또는 정상적인 상태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마치 파티에서 1알의 약을 복용했을 때 자신감을 얻게 되고 불안, 우울,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를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진통제 남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

약 처방 횟수가 줄어들수록 중독성이 강한 약을 멀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경우에 1봉지 당 5~10달러 정도하는 저렴한 헤로인 또는 코카인 중독을 일으키는 문제점도 있다.

각 타운 경찰서와 소방서에서는 액체와 바늘을 제외한 사용하지 않는 약을 수거하고 있다. 레익카운티에서는 SWA(Solid Waste Agency)에서 23개 컬렉션 박스를 두었고 롤링 메도우즈와 스코키지역에서는 쿡카운티 쉐리프 톰 다트가 ‘take-back’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케인카운티 9개, 맥헨리카운티내 14개 지역에서 수거 또는 take-back 프로그램에 새로 동참했다.

이와 더불어 전미안전협회에서는 처방약 남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노력으로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의사들에게 있다고 보고, 환자들에게 마약성 진통제 처방 없이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기를 권고 하고 있다. 티어터 박사는 “마약성 진통제 만큼 또는 그 이상 효과가 있는 방법은 애드빌과 같은 이부로펜 성분의 약 1알과 타이레놀과 같은 타이레놀과 같은 아세트아미노펜성분의 약 1알을 함께 먹는 것인데 서로 다른 레벨에서 화학작용을 함으로써 더욱 안전하고 하루에 6회까지 복용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처방약을 줄이는 인식제고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네이퍼빌 예방 캠페인 관계자는 “주민들로 하여금 자신이 해결책의 일부가 됐음을 인식시키고 내 가정부터 함께 변화를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우리는 함께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인 전문의 조언

전흥제 내과전문의는 “진통제는 주로 통증 클리닉, 내과에서 많이 처방되는데 처방 약으로 인한 중독은 한인 환자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장자들의 경우, 특히 수면제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은데 수면제를 복용하면 정신이 맑지 않기 때문에 걷다가 넘어지거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수면제 복용을 최대한 덜 권해드리고 있다. 젊은 연령층의 경우, 단기간에 집중효과를 내는 애드럴(Adderall)과 같은 약을 과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환자들이 복용약 뿐만 아니라 붙이는 패치형 약도 많이 사용하는데 단순히 일반 파스라고 생각하고 여기저기 붙이다보면 간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한인들의 경우 감기기운이 조금만 느껴져도 항생제를 과용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 감기에 걸려서 항생제를 복용 후 도움이 됐다고 느끼면 ‘감기에 걸리면 항생제를 먹어야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거나 주변 지인들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올바르지 못한 치료 및 복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 내과전문의는 “약 중독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약을 복용해서 치료한다는 생각보다 적절한 쉼과 운동을 병행함으로써 건강한 방법으로 치료해야한다”고 조언했다.<현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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