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행진’ 시카고 챕터 행사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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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시카고 여성행진.

지도부, 반유대 종교지도자 파라칸과 친분 의혹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여성들이 총궐기하는 ‘여성행진'(Women’s March) 2019년 행사가 내달 19일로 예정된 가운데 시카고 조직위원회가 돌연 일정 취소를 발표했다.

‘시카고 챕터’는 26일 “세번째 맞는 전미 여성행진의 시카고지역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면서 고비용과 자원봉사시간 제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챕터 조직위 새라 커렌스키 위원은 “시카고에서는 행진도, 시위도 없을 예정이다. 각 지역사회에서 행사를 조직하고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카고 챕터는 2017년 첫 행사와 올초 열린 두번째 행사에 행사에 수십만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을 불러모아 주목받았다. 비중있는 조직의 갑작스러운 불참 선언은 구구한 해석을 낳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이번 결정은 전미 여성행진 지도부가 ‘반유대주의’ 종교집단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며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종종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흑인 무슬림단체 ‘네이션 오브 이슬람'(NOI)의 지도자 루이스 파라칸(85)을 언급했다.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시카고에 기반을 둔 NOI의 파라칸이 지난 2월, ‘구세주의 날'(Saviour’s Day) 행사에 참석한 여성행진의 공동 창설자 타미카 맬로리(38)를 추켜 세우며 “힘있는 유대인이 나의 적”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미 여성행진 측은 한 달 만에 파라칸의 발언을 비난했으나 ‘뒷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맬로리는 파라칸 옹호 발언을 했다”고 부연했다.

전미 여성행진 공동 창설자 테레사 슈크는 지난 11월, 여성행진 조직위가 반유대주의·반동성애·혐오증·인종주의적 수사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못하고 인종주의 및 증오를 신봉하는 그룹과 철저히 선을 긋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어 전미 여성행진 조직위 린다 사사워도 “유대인이든 성소수자(LGBTQ)든 여성행진 모든 구성원이 다 소중하다”면서 “우리가 촉발한 모든 문제에 대해 사과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시카고 챕터는 이 논란과 행사 취소가 직접적 원인과 결과는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전미 여성행진 지도부와 선을 분명히 긋게 된 것은 잘 된 일이라고 자평했다. 커렌스키 위원은 “내적 분열을 보게 된 것은 씁쓸한 일”이라며 “소수의 지도부의 발언이 전체의 뜻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성행진은 “여권은 인권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2017년 1월 21일 워싱턴DC를 비롯한 미국내 도시와 전세계 도시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로, 워싱턴DC에만 50만명 이상, 미전역 시위 인원은 200~300만명, 세계적으로 40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시카고 트리뷴은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열린 행사에는 지난해 약 25만명,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 ‘미투'(#MeToo)가 한창이던 지난 1월에는 약 30만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워싱턴DC와 일리노이 일부 도시를 비롯한 미국내외 도시에서 2019 행사가 일정대로 치러질 예정이나, 지난 두 차례만큼 열기를 끌어모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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