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대법원,‘낙태합법화 판결’공식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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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이 낙태에 대한 헌법상의 권리를 폐지하는 판결을 내린 후 24일 저녁 시카고와 일리노이주 곳곳에서도 낙태 반대론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24일 시카고 연방플라자에서 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하는 모습.. <시카고 선타임즈>

‘보수 우위’대법원 50년만에 낙태권 판결 뒤집어
주별로 낙태금지 가능… 절반 ‘금지·엄격 제한’전망

연방 대법원이 24일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했다. 낙태에 대한 헌법상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낙태권 존폐 결정은 각 주 정부 및 의회의 권한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약 50년간 연방 차원에서 보장됐던 낙태 권리가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낙태 찬반 논쟁이 격화하면서 큰 혼란이 예상된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 의견문에서 대법원은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그런 권리는 헌법상 어떤 조항에 의해서도 암묵적으로도 보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에 언급 안 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 있기는 하나 그런 권리는 이 나라의 역사와 전통에 깊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하며 질서 있는 자유의 개념에 내재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제 헌법에 유의해서 낙태 문제 결정을 국민이 선출한 대표에게 돌려줄 때”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1973년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내렸으며 이 판결은 1992년 ‘플랜드페어런드후드 대 케이시’ 사건 때 재확인됐다. 대법원은 1973년 1월 ‘7 대 2’로 내린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여성의 낙태 권리가 미국 수정헌법 14조상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태아가 자궁 밖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약 임신 28주) 전까지는 여성이 어떤 이유에서든 임신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따라 각 주의 낙태 금지 입법은 사실상 금지되거나 사문화됐다.

대법원은 이날 ‘로 대 웨이드’ 판결과 상충하는 미시시피주의 낙태금지법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한 표결에서는 6대3으로 ‘유지’를 결정했다. 이어 ‘로 및 플랜드페어런트후드 대 케이시’ 판결을 폐기할 지 여부에 대한 표결에선 ‘5대 4’로 폐기를 결정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트럼프 정부에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잇따라 임명돼 연방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성향으로 평가되는 등 대법원이 보수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진보 성향의 연방 대법관 3명은 이번 판결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슬픔 속에서 근본적인 헌법적 보호를 상실한 수백만의 미국 여성을 위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낙태권에 대해 헌법적으로 보장하는 권리가 아니라고 결정하면서 주별로 낙태 문제와 관련한 입법과 정책 시행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체 50개 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낙태를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대법원이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 놓았다”면서 “국가와 법원에 슬픈 날”이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판결에 대응한 행정명령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낙태약 구매를 용이하게 하거나 다른 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치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없는 상태다. 연방 의회에서 낙태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입법할 수 있으나 의석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이날 대법원 앞에서는 낙태 반대 단체와 찬성 시위자 수백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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