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고래싸움에 터지는 새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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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언 변호사(법무법인 미래/시카고)

여러가지 반 이민법 소식에 관심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에, 실질적으로는 한국 출신 취업이민 신청자들에게 최악의 상황을 가져오게 될 확률이 농후한 작은 법률안이 지금 미국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취업이민은 매달 Visa Bulletin 이라고 불리우는 이민문호 대기기간표에 의해 통제되고 있습니다.  국토안보부와 국무부가 매달 미국내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숫자와 해외에서 대사관을 통해 들어오는 신규이민 신청자의 숫자를 계산하여 얼마나 각각의 카테고리 별로 기다려야 하는지를 발표하는 것입니다. 막 발표된 2019년도 10월 비자블루틴에 따르면, 학사 석사 숙련공 비숙련공 할 것 없이 지난 2달간 닫아두었던 이민문호를 다시 전면 개방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현재 이민법은 이 취업이민의 대기기간을 결정함에 있어 한 나라의 출신자가 전체 이민자의 7%를 넘으면 안된다는 대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이민이 많으면서 인구가 많은 나라는 신청숫자가 전체의 7%가 넘는 경우가 생겼고, 그 몇 나라들은 각각 별도의 추가된 대기기간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예컨대, 2019년 10월 비자블루틴상 취업이민으로 영주권을 받기까지 인도출신 이민자는 약 10년, 중국인은 약 5년 정도 대기하는데 비해, 멕시코나 아예 별도취급을 받지 않는 한국 이민자는 대기기간이 없어 대략 2년 안에 영주권을 받는 상황입니다.

수학적 두뇌가 뛰어나고 영어가 잘 되는 인도계 엔지니어들은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인기가 많아서 해마다 수만명씩 인재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해마다 추첨을 통해 주어지는 8만 5천개의 신규 H-1B 취업비자의 대부분을 채워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취업비자로 단기간 근무가 확보되더라도 영주권을 받기 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려왔던 것이지요.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민자의 출신별로 암암리에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입니다. 인도 출신들은 특유의 단결력과 실력으로 미국내에서 상당한 지분을 이미 갖고 있으며, 그동안 이 한 나라출신의 7% 제한 규정을 없애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반 멕시코 정서에 기대어 의회를 설득하였습니다. 아주 과격하게 간단하게 말하자면 멕시코 보다는 인도 출신이 미국에 더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엄청난 로비의 결과, 연방하원은 지난 7월 10일 365대 65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HR1044 라고도 불리우는 이민자 출신국가별 쿼터제한 법률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에서 법률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양원제의 특성상 같은 법률안이 상하원을 각각 통과하거나, 다소 다른 같은 성격의 법안을 교차로 통과시키면, 대통령 서명으로 바로 유효하게 됩니다. 9월 19일 현재, 상원은 S386 이라는 거의 같은 법률안을 심지어 청문회나 전문위의 사전심사도 없이 통과시키려는 의원들과 결국 한나라 출신에 너무 많은 영주권 할당을 가져올 법안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의원들 간의 씨름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이민자 출신을 한 풀에 넣어 심사하면 이제 한국인에게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영주권은 원래 먼저 신청한 사람들에게 우선 준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난 10여년을 기다린 인도 출신자 이민자에게 앞으로 수년간 거의 전적으로 영주권을 주게 될 거라는 염려가 팽배합니다. 인도의 로비로 중국인들도 어부지리를 얻게 되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한국과 같이 상당히 많은 이민자가 있으나 눈에 띄지 않던 나라 출신은 현재 2년 정도의 총 영주권심사기간이 적어도 5년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늘어난 대기기간은 우수한 유럽계, 한국계 이민자가 이민을 단념하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미국의 국익에 손해가 된다는 소수의 목소리들은, 멕시코 보다는 말이 통하는 인도계가 늘어나는게 낫다는 암묵의 다수에 밀려 대통령에 반대하는 민주당에서도 힘을 크게 얻지 못하는 국면입니다. 불행하게도 이번 건에 대해서는 히스패닉 커뮤니티에서도 큰 반대 목소리가 없는 듯 합니다. 싸움에서 지는 고래보다 옆에 있다가 등터지는 새우 신세가 안쓰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