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군 병원에 울려퍼진 설장구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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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목사(시카고)

작은 시도가 사람의 마음을, 삶을 그리고 인생을 바꾸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채플린 사역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꾼 후 만 2년, 지금은 제시브라운 재향군인 병원(JBVAMC)에서 주말에 채플린 오피스에서 Veterans을 대상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어느 날 [한영성경](신약과 시편)이 나눠주고 남은 것이 있어서 병원 채플실 앞에 비치해 두었다.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다양한 것들이 비치되어 있는 곳이다. 다음날 보니 성경책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지나가던 Veteran 2명이 한영성경을 갖고 싶다고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비록 한글은 몰라도 기념으로 소장하고 싶단다. 그래서 한영성경을 구해서 전달해 주니 너무 행복해 했다.

이 일로 한글을 가르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두 세 명만 신청해도 시작하려 했는데, 두 그룹에서 열다섯 명이 넘었다. 토요일마다 Veterans에게 한글, 한국 문화, 한류 문화와 K-POP(BTS,방탄소년단)을 소개했다. 문화체험으로 한국음식을 소개하려던 작은 시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국문화축제]로 탄생했다. Veteran’s Bible Study Group, Spiritual Music Group, Korean Language Class Group과 그들의 가족 등 40명, 봉사자 20명 정도로 총 60명을 예상하고 행사를 준비했다. 음식과 함께 문화 소개를 위해 여러 단체와 개인을 접촉해 협조를 요청했다. 며칠 전부터 비가 온다는 예상과는 달리 날씨가 너무 좋았다.

1부는 오까리나와 아코디언으로 아리랑 연주, 환영사와 기도로 시작, 찬양팀(PGT)의 은혜로운 찬양, 한글과 문화, 6.25 한국전쟁 69주년 영상과 참전 Veterans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Veterans도 미리 연습한 ‘아리랑’을 한 목소리로 불렀다. 2부로 Bible Study Group과 Spiritual Music Group의 찬양, 태권도 시범, 설장구팀의 공연, 기독교 Tai Chi 시범과 Veterans의 실습도 했다. 하늘 높이 울려 퍼지는 장구소리에 어깨춤이 절로 났다. 3부에는 점심식사와 각종 전시가 펼쳐졌다. 문화회관에서 대여해준 한국 기념물품, 그림 전시, 붓글씨 전시, 붓글씨로 한글 이름 써주기, 전통 한복 입고 사진 찍기 등의 순서가 진행되었다. 장구를 치던 아름다운 손들은 어느새 음식을 담아주는 어머니의 사랑의 손길이 되어 섬겨주셨다.

기억하는가? 행사에 몇 명 참석할 것을 예상했다고?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참여해서 식사한 인원이 120명이나 되었다. 그렇다면, 음식은? 못 먹고 돌아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다만 광주리를 준비 못해 남은 음식은 없었지만…

행사 후 스치며 지나가는 군인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 있었고, “너무 즐겁고 좋았다”,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타민족에 대한 이해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반응에 몇 주 동안 준비하느라 쌓인 피로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설장구팀원 중 한 분이 다음에도 다시 불러 달라고 하셨다. 봉사로 섬겨주신 분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나 보다. 나는 돗자리를 깔았고, 그들은 한마음으로 노래하며 춤을 추었고, 하늘은 맑았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에는 하나님의 인도하심도 있었다. 또한 JBVAMC의 채플린 전선희 목사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다. 병원이 정부기관이라 모든 과정의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웠는데 그 모든 부분을 막힘없이 해결해 주셨다. 채플린 대장 랜디 신부님은 우리를 보고 “우먼 파워”라고 말했다. 나는 덧붙이고 싶다. “코리언 우먼 파워”라고… 나눔과 섬김이,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이 삶을 기쁨임을 체험한 행복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