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냥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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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웅(자유기고가/글렌뷰)

어린 시절에 자주 불러 봤음직한 노래가 있다. “ 둥굴게 둥굴게 … “…  “ 손뼉을 치면서 …. “ .  이런 노래를 하면 모두가 같은 공감 능력을 갖게 된다.  이것은 유치원 시절부터 어린이 들이 부르는 노래이다.  여기에 중학생이 들어 가게 되면 아마도 멋쩍어서 그냥 있기는 할 망정 노래는 아니 할 것 같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더러 들어 가서 같이 손 잡고 노래 하라 하면, 십중팔구는 도망 갈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끼리끼리 모여야 편한가 보다. 크건 작건 간에 어느 모임에서 빠져 나오면,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된다. 시회적인 고립이나 단절은 당연히 부차적으로 외로움이 따라 올 것이다. 혼자의 시간이 길어지면 타인의 말에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지난 시간이 고독 속에 있었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지금 여러방면으로 문제되어지고 있는 한국의 상황들을 보면 이해 못할 것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그 중에 이북에서 넘어 온 북한군이 참여하여 일으킨 반란이 있었다는 거다. 설사 그렇다 치면, 그들이 몇백명이나 참여를 했다 하는데, 그들은 어디로 해서 어떻게 그 곳까지 갔단 말인가?그 많은 숫자의 북한군이 넘어 왔는데 그걸 몰랐던 국방부는 뭐란 말인가?뭔가를 주장하려면 전후 앞뒤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앞도 뒤도 없는 가운데만 있는 거짓 뉴스를 믿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것들이 고독한 노인들의 벗이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번 노스웨스턴 졸업식에서 버락 오바마 전직 대통령이 한 말이 있다. …(전략) “우리의 공감 부족에 대하여 좀더 이야기 하여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중략 ).. 여러분이 세상을 넓게 봐야 비로서 여러분의 잠재력을 깨닫게 될 것 입니다. “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이야기 한다면, 시카고에 거주 하고 계시는 나이드신 분들의 지식 수준이 다른 도시의 한인들 보다 높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50년대나 60년대에, 또는 70년대 초반에 이곳으로 유학을 오셨거나, 직장 관계로 오신 분들은 그 당시의 한국 실정으로 보면, 모두가 엘리트 그룹에 속하는 분 들이다.  이 분들이 지금은 거의가 노년에 안착을 하고 있다. 그 분들의 선구자적인 역할이 바탕이 되어 오늘이 있는 것이다. 그 분들은 오바마가 말한 잠재력이 있음에도 그걸 그냥 묻어 버리고 있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느 날 우연히 여기 저기 다닐 일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어느 빵집엘 갔다. 그 후엔  커피 파는 카페라는 곳도 가게 되었다. 세곳을 다녀 보았는데, 당연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손님 모두가 나이든 여성분들이 대부분이였다. 그 많은 여성분들의 배우자는 어디에 있을까 하고 잠시 생각을 해 봤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이 쓴 책  “ 출구없는 사회 “ 란 게 있는데, 많은 가정에는 남성을 위한 출구는 없는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여성들의 배우자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고 진 저 늙은이 짐을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설워라 커늘 짐을 조차 지실까 “ 이것은 송강 정철이란 분이 지은 시조이다. 고독과 외로움이란 짐을 지고 사는 남성 노년이 많은 것 같다.  돌보다 무거운 고독을 이기지 못해 고독사 하는 숫자가 늘어 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노년의 인생은 모두가 자기 몫이다. 지금 갖게 된 병의 근원은 아마도 10년 전 부터 시작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움직여야 건강하다는 단순 논리도 쉽게 이해를 하는 노년이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지금 문을 열고 나서면, 슬그머니 고독은 떨어져 나갈 것이라 믿어 본다. 빙빙돌며 걷는 모임이 여기저기서 생겨 나면 좋을 것 같은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