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뇌와 교육-Part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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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인간의 근본적이고 아주 본능적인 욕구는 바로 생존과 번식이다. 이는 뇌를 구성하는 세 가지 부분 중 생물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영역에서 주관한다. 흔히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는 부분이다.

얼마 전 동물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연히도 겨울잠에서 방금 깨어난 울퉁불퉁하고 흉물스럽게 생긴 매우 큰 개구리를 보게 되었다. 물론 개구리는 파충류가 아니고 양서류로 분류되지만, 여기서 예로 들어도 별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 왕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첫 번째로 한 일은 먹이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 개구리는 역시나 근처에서 먹이를 찾던 뱀을 발견했고, 단번에 잡아서 삼켜버리고는 바로 짝짓기에 나섰다. 이제 식욕을 해결한 개구리는 왕성한 힘이 생겨 짝을 찾아 나설 욕구가 솟구친 것이다. 이처럼 생존과 생식의 해결은 동물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하등 동물과 달리 훨씬 더 발달해 있는 다른 뇌의 영역들이 있다. 즉, ‘포유류의 뇌’와 ‘영장류의 뇌’이다. 포유류의 뇌는 감정을 관장하고, 영장류의 뇌는 논리와 이성을 관장한다. 물론 뇌의 모든 영역들이 밀접한 관련하에 움직이고 기능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인 욕구 외에도 충족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 그래서 건강한 삶의 진리를 그저 단순하게 ‘You are what you eat’로만 볼 수는 없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의식주와 성욕의 해결은 더 고차원적인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이자 전제일 뿐이다.

인간은 가정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며, 자신의 꿈에 도전하고 자아실현에 이르러야 하는 복잡한 뇌의 산물이다. 인간은 희로애락의 얽히고설킨 감정 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사투를 벌인다. 물론 이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또한 인간은 죄책감에 젖어 반성하고, 논리와 이성, 도덕성을 중시하며, 자아 만족과 자기실현을 해야 살 수 있는 존재이다. 이처럼 사람은 의식주를 넘어서 더 숭고한 가치를 추구한다. 이 모든 것은 사람의 뇌가 하등 동물과 달리 ‘고등 정신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의지를 갖고 감정을 공유하고 바른 사고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건강하고 건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먹는 대로보다 더욱더 포괄적인 의미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You are what you love.” 이는 “당신은 사랑하는 것대로 된다”는 의미다.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즐기며 사랑하는 것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그 대상은 일도 될 수 있고, 사람도 될 수 있고, 취미와 운동, 음식 등 무수히 다양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두가 추구하는 대상은 달라도, 인간이 ‘인간 답게’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 확신이 서고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다.

요약하자면, 인간의 성장과 발달의 측면에서, 아무리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중에 으뜸가는 것이 식욕이라 해도, ‘사랑하는 대로’가 ‘먹는 대로’보다 훨씬 더 진정성을 부여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찾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나 경로가 다 다르다. 직업을 예로 들자면, 어떤 사람은 유치원 시절부터 벌써 과학자가 되고 싶어 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중학생 시절부터 소설가를 꿈꾸었다고 한다. 반면에 대학교에서 전공을 바꿔가며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은 학생들도 보았다. 물론 전공과 달리 늦게나마 취미를 살려 사진사나 농장 경영자, 태권도 사범이 된 경우들도 있다. 그러면 이 사례들의 ‘공통분모’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적으로 파고들고,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향해서 달려갔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자신이 사랑하고, 정말로 하고 싶어 하며,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성인의 역할은 아동에게 양질의 교육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꿈을 키우고, 저마다 타고난 기질과 재능들을 발휘해서, 21세기를 이끌어갈 바른 성품의 주역들로 무난히 자랄 수 있다. 물론 신선하고 영양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뇌 건강을 위한 기본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충분한 놀이의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놀이는 어린이들이 신체 발달은 물론 이성적인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잘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장이다. 우리 모두 아이들이 온몸을 사용하여 마음껏 뛰어놀도록 해주자!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