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말하는자와 듣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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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웅(자유기고가/글렌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입소문의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는, 아마도 서동요(薯童謠)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1400여년전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신라 진평왕 때, 서동이라는 마 장수가 있었다. 왕의 셋째 공주 선화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는 아내로 맞이할 계략을 꾸민다. 서동은 동네 아이들에게 자신을 따르게 한 후 노래 하나를 지어 부르게 했다. 바로 서동요라는 아주 불순한 노래인 헛 소문을 퍼트린 것이다. 이 모든 스토리가 아주 오랫동안 그대로 믿어져 왔다. 지금에 와서 진평왕의 딸이 아니고, 그냥 부잣집 딸임이 고서(古書)를 통해서 밝혀졌다. 1400년 동안 사실로 믿어 왔던 것이 한순간에 사실이 아님으로 밝혀진 것이다.
요즈음은 인터넷 속도를 당할 재간이 없다. 모든 카더라 통신은 SNS를 통해서 퍼져 가고 있다. 지금은 흥미로움과 거짓으로 버무려진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뉴스라는게 믿을 만한게 많지가 않다. 조금 전까지 진실이었던 사실이 거짓으로 판명 되는게 수도 없이 많다. 거짓 정보를 퍼트린 자들은 사실이 들어 나면, 아니면 말고라 하면 고만이다.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속이는자와 속는자가 아닐까 한다. 말을 많이 하는 쪽이 속이는자가 될 확률이 크다. 속는자는 말이 없는 자로 규정되어지는게 보통의 개념이리라. 허나 말을 하는자와 듣는자는 둘다 깊은 괸계가 있다. 서로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소통은 대화이다. 대화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다. 즉 서로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대화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의사를 주고 받으면서 오해가 있다면 이해를 시키는 것이다.
대화란 인격과 지성을 갖춘 사람들이 서로의 말에 대한 책임있는 응답을 주고받는 것이다. 서로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서로가 표현한 말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며, 경청하는 것이 대화의 진정한 뜻이 아닐까. 듣는것도 말 하는 것과 같이 아주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듣는 것은 청취(hearing)이다. 이것은 진지한 대화가 아니고 귀로 듣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대화는 오해의 소지를 품고 있다. 또 다른 대화는 귀담아 듣는다는 것인데, 여기엔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경청(listening)이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상대방이 말한 의미를 되새기며 듣는다. 넓은 의미로 듣는자의 책임감이 포함된다. 기쁨과 행복도 얻게 되는 대화이다. 행복을 얻는 것은 경청하는데서 부터 출발을 하게 된다. 좋은 대화가 못 되는 것은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한다는데 있다.
세치 혀만 움직이면 대화가 이루어 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대화라는 것은 뜻이 통하여 서로 오해를 없에 주어야 하는 것이다. 서로의 감정이나 생각을 온전히 전달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상대의 말을 이해하면서 대화를 해야 오해가 없게 된다. 오해가 생기면 바로 바로 풀어야 한다. 이런것이 참다운 인간의 덕(德)이다.
말하는자와 듣는자가 확연히 구별 되는 곳이 종교 집단이다. 각자가 섬기고 있는 신(神)들의 진리를 전달하는자와 듣고 깨닫는 자들로 구분되어진 곳이다. 설교 또는 법문이라는 것은 말하는자가 어찌하던간에 듣는자는 듣기만하는 일방적인 대화법으로 이루어 져 있다. 말하는자가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말만 번지르게 해도 듣는자는 믿어야 한다. 여기엔 질문이란게 없다. 질문을 배제하였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가 생겨나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러시아 정교회를 비판을 했다. 건전한 이성으로 이해 할 수 없는 교리를 통해 민중을 현혹한다고 믿었기에, 무교회주의자가 되었다. 톨스토이 생각의 바탕엔 말 하는자는 속이는 자로 이해를 했었기에 반기를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행일치를 이루지 못하는 종교지도자들은 사기꾼과 유사 하다고 봐야 하는게 오늘의 실정이다.(moowkim2003@ya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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