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보수와 진보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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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백(미시간 제일사랑침례교회 장로)

 

요즈음 한국에서는 사람 모이는 곳이면 보수, 진보란 이념문제 때문에 말조심을 한다고 한다. 심지어 가정에서도 이념 이야기는 삼가한다고 한다. 언제 부터인가 한국 사람들은 몇사람만 모이면 니편 내편으로 갈라져 이념논쟁을 하고있다는데 이런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미주한인사회도 예외는 아닌 것같다.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가 싸우는 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일제 해방에 이어  혹독한 6.25전란을 거치면서 그 어려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구어 냈지만 국민들의 화합을 이루는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주: 필자는 2018년 가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여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을 지날때, 대사관 주변에 모여있던 한인들은 두 갈래(반미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태극기 부대)로 나누어 상대방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살벌하게 싸우는 장면을 목격한바 있다. 참으로 참담한 한국인들의 모습이었다.)

오늘날 한국의 보수와 진보가 이렇게 첨예한 대립으로 가게 되었던 배경에는 한국내에서중국세력이 커지면서 그동안 한국의 문화적, 군사적 기초를 이루어왔던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면서 부터가아니였겠나 생각해본다.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지만 해양세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일본과 대륙세력의 핵심국인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반도를 중심으로 서로간의 세력대결을 하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오래동안 한국의 문화적 정서를 지배해왔던 보수세력이 힘을잃어 가면서, 국가의 이념축은 진보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을 감지할수 있을 것같다.

그러면 보수와 진보는 어떤 뿌리에서 출발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게 되었을까. 어떤사람은 보수, 진보의 진원을 선천적 인자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닌것 같다.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판단하는 보편적 기준으로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처지나 환경에 따라 주관적 시각으로 해석하는, 이른바 후천적 차원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지배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필자는 이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수의 본질을 선천적 의미로 점검해 보기로 한다. 내용은 이렇다: 보수적 이념가치는 자연중심의 합리적 이기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중심의 합리적 이기심이란 선의의 자유경쟁과 맥을 같이한다고 보는데, 우리는 여기에 보수의 기본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유경쟁에서 보수의 가치를 찾게되다보니 불평등이란 부작용을 낳게되는데 어찌하랴, 불평등이야 말로 보수가 안고 가게되는 반갑지 않은 부산물이 아니겠나.

이와는 달리, 진보는 사람 중심의 이성적 사고에서 출발하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진보의 목적가운데는 보수가 갖고 있는 내재적 결함(불평등, 빈부격차, 기득권, 신분계급 등등)을 시정, 보완하는 기능이 있다고는 하나 이는 사후관리 형태의 접근일 뿐, 깊이 들여다 보면 진보는 그 뿌리를 후천적 차원에서 인간의 이성에 바탕을 두고있다고 믿고 싶다. 이렇다 보니 그 기초는 외부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한시적 존재로 남게 된다고 한다.(한 예로, 진보진영 사람들 가운데는 부와 명예를 얻으면, 생각이 보수쪽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보수와 진보의 저변상황을 한 예로 설명해 본다. 광야에서 맹수에 쫓기어 도망가는 어린 사슴이 불쌍하다하여 사람이 끼어들어 맹수를 쫓아내고 사슴을 구출하는 경우를 상상해본다. 인간의 이성적 판단이 맞다면 힘없는 사슴을 구하는 일은 어쪄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이들 맹수들의 생존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결국, 여기서도 자연의 본질과 인간의 이성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서로 마찰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사실, 보수, 진보의 진원은 인류역사 만큼이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이제 역사란 전통이나 명분에서 벗어나, 한국적 현실을 실리적 시각으로 접근해 보아야 할때가 되었다고 본다. 언제까지 타성에 얽매인 보수적 자유경쟁이니, 진보의 전유물처럼 외쳐대는 평등, 공정, 정의라는 원론적 명분에만 매달려 있을 것인가. 어떤 길이 현재의 이웃(국민)과 미래 세대의 후손들을 위한 실리적 선택인가를 생각해 보기를 희망해 본다.(soonbhong115@gmail.com, 248-720-8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