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생활의학2 – 생활습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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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박사 이경순(미주 한인생활의학회 북부지부 회장)

생각보다 일찍 2003년에 ‘인간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우리를 위협하는 암과 같은 무서운 질병에서 홀가분하게 해방되리라는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몇 번째 유전자가 잘못되면 어떤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밝혀졌으나, 이 유전자가 언제 어떻게 작동되며, 또 작동이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손상된 유전자를 어떻게 복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법은 얻지 못하였다. 더구나 2만개나 되는 유전자를 매 초당 10만번이나 클릭하여 켰다 껐다 해야 우리 몸이 살아 움직일 수 있는데, 이 엄청난 일을 도대체 누가 조절한단 말인가? 인간은 아무도 이 일을 조절할 수도 없고, 이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 수도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알 수 없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우리 몸에 유령(고스트)이 있다고 까지 말하였다.

고무적인 것은 몇몇 관심있는 의학자들이 생활습관을 바꿔서 질병의 진행을 반전시키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전 클링턴 대통령의 주치의와 오바마 대통령의 자문위원을 지낸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장내과 전문의인 Dean Ornish 연구팀은 유전자지도가 완성되기도 이전인 40년 전부터 비영리 예방의학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건강하게 먹고(eat well), 더 많이 움직이고(move more), 더 많이 사랑하고(love more), 스트레스를 더적게 받는(stressless) 방법으로 심장질환자들의 질병진행 방향이 반전된다는 근거에 기반한 연구결과를 많이 제시하고 있다(www.ornish.com). 이들은 또한 생활습관에 따라 유전자가 변할 수 있다는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 전립선에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이들 중 한 번도 병원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들을 모집하여, 한 그룹은 48을 대조군으로 선정하고, 이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던 방식 그대로 살게 두었다. 또 다른 그룹은 자신들이 개발한 생활습관을 변화시킨 프로그램을 따라서 생활하도록 하는 45명을 실험군에 참여하게 하였다. 그리고실험군에게는 매일 30분간 속보, 채식, 스트레스관리, 주1회씩 의사 면담, 명상 등을 3개월 실시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결과에서 실험군은 좋은 유전자는 켜지고, 심장질환, 당뇨, 고혈압, 전립선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 453개가 꺼졌고 70%가 암이 역전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생활 습관을 바꾸면 유전자가 변한다는 사실을 근거기반 연구로 입증하였다.

특별한 약물이나 병원치료가 아니라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으로 질병을 회복하는 유전자들이 켜진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다 준다. 우리들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어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을 꺼지게 하거나, 건강을 증진시키는 유전자들을 활성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메틸기가 그 유전자를 묶고 있으면 질병이 발현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후성유전학에서 밝혀졌다. 이제부터 우리는 우리들의 생명 자체에 대한 관심과 건강한 방향으로 나의 생활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건강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내게 안겨다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부단히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