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간은 흘러가고 나이는 쌓여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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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봉(시카고한미상록회장)

 

내 나이도 고희를 넘긴 지가 한참이다. 이 말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주로 노년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아무렴 사람의 인격이 나이에 따라 성숙되어 가는 과정이라 하지만 행태를 보고 얼굴을 찌푸리지 않을 수가 없을 때가 있다.

사람의 행태는 그 사람의 습관과 생각의 표현이기 때문에 행태가 치졸하면 그 치졸한 행태가 그 사람의 습관과 생각을 말해주는 것이며 인격을 대변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남의 험담이나 욕하는 버릇이 대화의 주를 이룬다면, 대개가 18은 기본이고 여기다 조자에 ㅎ을 더하면 얼마나 좋으랴 만 ㅊ자를 더하는 것은 기본이고 ‘개’자까지 앞에다 덧붙인다. 그런데 내가 속물이라 그런지 특정인을 향하여 그렇게 힐난하는 소리를 들으면 내 속이 시원하다가도 이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 가면 나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어 정신이 번쩍 든다.

물론 나를 향한 좋지 못한 이야기가 돌고 돌아 내 귀에까지 도착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는 참으로 황당하다. 그런 사람들은 이목을 끌기까지 좋아한다. 그리고 금력(돈)에 한없이 약하다. 서로와의 신의는 헌신짝처럼 버린다. 마음이 아파서 아니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를 늘어 놓다보니 영락없이 내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아 변론을 해야겠다. 인격이 모자라 남에게 힐난을 당하는 사람의 인격이 남을 힐난하는 사람의 인격보다는 조금 고상하다는 것이다. 역시 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 나보다 못한 사람, 나에게 힐난을 당해도 무방한 사람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욕하고 싶은 사람에게 나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대해주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마땅한 사회생활이다. 그리고 동포사회도 상대를 배려하는 인간사회가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면 내가 하는 습관,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당장 해치우는 열정이 넘치는 동포사회를 갈망해 본다. 그리고 나의 몫은 내가 책임지는 습관도 더없이 중요한 습관이라 사료된다. 그리되면 동포사회의 봉사도 돈으로 유세(有勢)하는 봉사가 아니라 경륜과 지식, 열정과 근면으로 협동하여 협치(協治)하는 동포사회가 이루어 질 것이다.

다행히 돈과 지식과 경륜이 모두 갖추어 진 인격적인 지도자가 있다 해도 유한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유한 한 한계란 이 말은 특별한 사람의 능력이 협치는 아니란 말도 된다. 다음달 1일은 동포사회의 유일한 노인단체인 상록회가 발족 된지 41년이 되는 날이다. 사람의 나이 마흔 하나라면 한창나이요, 왕성한 힘이 용솟음 할 나이다. 하지만 상록회 나이가 마흔 하나가 된 작금은 발족한 발기인의 정신마저 희석되어 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이도 누군가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기를 바라면서 발기정신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결과이다.

고작 남아 있는 것은 고인이 되신 변효현 전 회장님이 기증하신 회관과 김영식 장로님이 기증한 농지가 10에이커에 부채가 남아있을 뿐이다. 이러한 환경에 처해있는 상록회가 11월 5일은 상록 음악잔치를 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매월 회원 생일잔치를 했지만 줄이고 줄이다가 이젠 노래잔치다. 노인들이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추며 어린 꿈을 육성할 장학금도 지급하고 효도사상과 경노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한 효자 상에 한국 왕복비행기표를 부상으로 걸었다. 효자도 추천받아 선정되어 있다. 작년에 이 행사를 추진하면서 대한항공 시카고지사장이 6월 30일까지 혹은 행사, 한 달 전에 연락을 취하면 상록회와 공동으로 효 사상을 계몽하는 항구적인 사업으로 토착화 시키자고 약조 했지만 지사장이 바뀌면서 그 약속은 물거품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 며칠 전 일이다, 내가 존경하는 김송기 박사님으로부터 과거에 낙방한 이규보 선생이 우연히 만난 임금과의 대화에서 파생된 “와이로(蛙利鷺)”에 유래를 배웠다. 나는 이 말이 일본말인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꾀꼬리와 까마귀가 노래자랑을 하는 심판을 백로가 맡았다 한다. 까마귀는 준비한 개구리를 백로에게 줬고, 개구리를 받아먹은 백로가 까마귀 편을 들었다는 말이 ‘와이로’다. 와이로는 유아무와(唯我無蛙) 인생지한(人生之恨)에서 인용되었다고 한다.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어 한이 된다. 동포사회에 뜻이 있는데 개구리가 없어 비행기 표가 없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