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원자력과 한국의 에너지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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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승(미시건대 핵공학 및 방사선과학과 교수)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이후로 한국 원자력산업에 대한 찬반의 논의가 진행중이다. 1959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한 이후 평생을 원자력 연구에 힘써 왔던 필자는 학자의 입장에서 21세기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원자력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원전의 안전성이다. 원자력발전소는 다중 안전 원칙에 기반을 두고 설계, 건설되어 운영되고 있다. 다중 안전 원칙은 원자로 노심의 손상을 방지하고 격납용기를 보호하여 사고 피해를 감소시킨다. 나아가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는 것을 차단하여 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다중 안전성과 더불어 모든 원전은 고유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1986년 발생한 최악의 원전 사고였던 Chernobyl 원전에서는 이러한 고유 안전성이 없어서 사고가 확대되었지만, 현재 가동중인 원전에서는 고유 안전성에 의해 냉각수의 온도가 상승하면 자동적으로 핵연쇄반응 속도가 줄어들어 원자로 출력이 감소된다. Fukushima 사고 이후 한국 원전에서는 장시간 전원상실에 대비해서 이동형 발전차 확보, 방수문 설치 등 자연 재해 대처 설비를 대폭 보강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6년 9월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Richter scale 5.8이었는데, 국내 가동 중인 원전의 지진 설계기준은 6.5다. 이를 구조물 진동폭으로 환산해 보면 최소한 5배의 안전 여유를 가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최근 일시 건설 중단이 결정된 신고리 5·6호기에는 대형 항공기 충돌에 대비해 구조물의 콘크리트 두께를 증가시켰다.

원자력의 안전성을 논의할때, 사고 발생으로 인한 인명피해 및 재산손실과 함께 동시 사고 발생 확률도 같이 고려하고 원전 사고가 다른 사고에 비해 인명 손실이 적은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지난 한 해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약 5000명이었고 1984년 인도 Bhopal 화학공장 사고에서는 최소한  2500명의 사망자가 있었다. 반면 TMI 사고 때 인명피해는 없었고, Chernobyl 사고에서는 소방인원으로 투입된 군인 중 31명의 사망자만 발생했다. Fukushima 사고에서도 방사능피폭에 따른 사망자는 없었스나, tsunami에 인한 사망자가 17,500명이었다.

둘째, 신재생에너지 관점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 필요하지만 태양광 및 풍력은 특정 지역에서만 활용이 가능하다. 최대 태양광 발전소인 미국 Solar Desert는 55만kW 출력을 내기 위해 800만개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었고 Mojave Desert에 위치한 발전소지만 평균 이용율일이 27%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태양광 발전이용율은 그 절반인 13% 수준이다. 따라서 이용율이 85%가되는 한국 원전 25기의 출력 2300만kW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하기 위한 면적을 계산해보면, 부수시설을 제외한 패널 설치에만, 최소한 4200 km2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는 경상남도 전체 면적의 40%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소는 밤이나 날씨가 흐린 날을 위해서 에너지 저장시설이 필요하다. 한국의 에너지 자원으로 액화석유가스나 북한 경유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도 함께 고려되고 있는데, 천연가스는 석탄이나 원유보다는 공기 오염도가 낮지만 여전히 많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또 국가 안보에 중요한 에너지 자원을 북한 경유 pipeline에 의존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저렴하지만 shale gas는 20년 후에 고갈되리라는 예측이다. 독일의 탈원전은 석탄자원이 풍부하고, 필요시 프랑스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원자력을 제외하면 에너지 자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독일과 같은 결정은 무모한 것이다.

셋째, 세계 신규 원전 건설 관점이다. 99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원전 몇 기는 운영 허가기간이 남았음에도 영구 정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소규모 발전소의 경우 발전단가가 천연가스에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반면 Watts Bar 2호기가 2016년에 가동을 시작했고, Westinghouse의 AP1000형 원전 8기(미국 4기, 중국 4기) 건설이 진행되고 있고, 그중 중국 Sanmen 원전이 우선 2017년말전에 가동되리라 예측된다. 미국 Southern Company의 CEO Thomas Fanning은 건설경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AP1000 원전인 Vogtle원전의 건설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원전을 60~80년 운전 가능한 투자로 계산한 결과이다. 경제적이고 깨끗한 원자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중국은 현재 가동중인 35기 외에 30기를 추가 건설하고 있고, 동남아 국가에도 원전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 외 인도 총 29기(21기 가동, 8기 건설 중), 러시아 총 44기(34기 가동, 10기 건설 중) 등 독일을 제외하고 전세계적으로 원전 확대가 한창이다.

마지막으로 원자력 산업계의 임무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원자력산업에서 발생된 비리와 과오, Fukushima 원전사고 및 경주지진 등으로 인해 원자력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많이 저하되었다. 특히 고리원전의 발전소 전원상실 사건의 은폐, 케이블 시험결과 위조 및 원자력연구원의 방사능물질 불법폐기 등은 비록 결과적으로 사회의 안전과 국민의 건강에 끼치는 실제 영향이 적었다 하더라도 원자력 안전문화에 대한 숙지가 부족했던 결과로 판단되어야 한다. 원전 직원, 건설업체 종사자, 연구자 및 정부 규제기관 책임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원자력 안전 기준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키도록 노력해주기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