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삭 줍는 룻의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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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선 목사 

추수란 한 농부의 일 년 농사의 마감에서 오는 거둠의 기쁨이라할 수 있겠다. 시편 기자가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로 읊은 시편 126편의 종장(終章)에서, “울며 씨를 뿌리려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라는 시구(詩句)가 떠오른다.

그러나 추수의 의미는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고 본다. 구약성서 룻기에 나오는 나오미의 이야기에서 비록 농부가 아니었을 지라도 추수군의 뒤에서 이삭을 줍던 한 여인의 모습에서 인생의 추수의 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사사시대 말기인 B.C. 1050년경에 유다 베들레헴에 극심한 흉년으로 인해 모압으로 이민 갔던 나오미의 가정이 이민 간 그 땅에서 남편과 두 아들이 죽자 두 며느리에게 친정으로 돌아가기를 권했으나 한  며느리는 돌아갔으나 룻은 시어머니와 결코 해어지지 않겠다고 해 그를 대리고 고향땅으로 돌아온 눈물겨운 이야기에서 펼쳐지고 있다.

룻과 나오미 이들 고부(姑婦)가 베들레헴에 돌아온 때는 바로 보리 추수가 시작되는 계절이었다. 빈손으로 돌아온 나오미와 특히 룻에게는 늙은 시모를 모셔야 하는 입장에서 생존을 위해 이삭을 줍는 일을 베들레헴의 부자인 보아스의 밭에서 시작하였는데 이를 인하여 룻의 삶을 바꾸는 ‘영적 추수의 복’이 되었다는 것이다.

룻의 영적추수의 복을 생각해 볼 때 그녀의 큰 결단을 지나칠 수 없다. 룻은 시어머니의 간곡한 만유에 대답한 말이 1장 16절에 기록되어 있는데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라는 고백이다.

이는 단순히 귀화(歸化)한다는 의사가 아니라 유일하신 하나님을 받아드리는 신앙고백과도 같은 결단이요, 십계명의 제1계명 준수의 선서와도 같다고 할 것이다. 이 결단은 이방인으로 살아온 그녀에게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룻기를 통해 선명해지는 또 하나의 모습은 시어머니를 향한 거짓 없는 효심(孝心) 이다. 이 효심은 바로 제5계명에 나타나 있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의 정신을 바르게 받아드리는 그녀의 자세를 다시 돋보게 한다. 오늘날과 같이 천륜(天倫)이 실종된 세상에서 볼 때  진정한 효심은 하나님을 섬기는 제1계명의 바탕이 없고서는 결코 생겨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룻은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이국땅에 와서 하나님을 믿는 믿음과 시어머니를 섬기는 일 외에 그녀의 모든 것을 내 던졌다. 여성으로서의 자존심과 부끄러움을 버리고 육신의 고통을 달게 받아 드리고 시모의 말씀에 순종했을 때 룻은 기업을 무를 자인 보아스를 만나 다윗왕의 증조모가 된 복을 입은 것처럼 영적 이삭을 줍는 룻과 같은 추수의 복이 우리 모두에게 내려지기를 기원해 본다.(mymilal@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