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호변의 봄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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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無礙) 공진성(시카고)

 

물가에 심기 운 호변의 봄버들

봄이 오니 살랑살랑 체질하며 춤추고

짝을 찾은 새들은 기쁨에 겨워 우지 짖네

 

우리네 타는 가슴 목마르고 험한 세월

이역의 만고풍상 비바람에 꺾일 수도

무너질 수 없는 천년 노송으로 억세고

두터운 껍질 잎은 푸르게 보일지라도

기다림에 지친 긴 목은 망부석이 되었네

 

수륙만리 준비 없이 떠나온 몸

험난한 세월 애련에 잠겨

끊임없는 물결이 무심한 듯

믿을 수 없고 정들 수 없노라 철석 대네

 

호변의 버들가지 휘휘 늘어져

변함없이 푸르고 기뻐하는데

봄 햇살에 흰 머리카락 너풀대며

 

먼 호수가 내게로 달려와 안기면

수평선 너머 옛 고향 파도 소리 들리고

예부터 명리 찾아 정처 없이 떠돈

부끄럽고 허무한 뜬구름 일생

푸르른 봄버들만 세상이 덧없음을 알았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