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주고 사는 비딩 경쟁, 필승 전략이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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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딩 경쟁이 심화되면서 주택 구입에 앞서 주택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전략을 수립해 매입에 나서야 유리하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로이터>

주택 공급 부족에 가격 급등, 구매 전략 필요
선호 지역 상황 파악으로 가격 상한선 설정, 사전 대출 여유 있게 구매력 확보가 경쟁에 유리

■ ‘비딩(bidding) 전쟁’

남가주를 비롯한 미국 주택 시장의 현재 상황을 정의하는 표현이다. 미국 전역에서 바이어 사이에 주택 매물을 잡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극심한 주택 매물이 부족 현상으로 바이어들 사이에 경쟁이 붙으면서 주택 가격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미국에서 주택 매물이 시장에서 매각까지 완료되는 데 평균 61일 소요됐다. 역대 빠른 속도다. 지난해 같은 달 71일보다 10일이나 더 단축될 정도로 매물 부족에 따른 구매 경쟁은 심화됐다는 의미다. 따라서 올 봄 시즌 주택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주택 구매 수요자들은 매물 놓고 치열한 구매 전쟁에 나서야 한다. 매물 부족에 구매 경쟁이 심한 주택 시장에서 주택 구입에 성공하는 비결은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고 그 배후엔 전략이 필요하다.

■ 현재 비딩 상황

비딩 경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주택 매물의 공급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특히 LA를 비롯한 남가주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주택 매물 부족으로 바이어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스팅 가격보다 1~2만 달러를 더 주고 주택 구입하는 것은 이미 평범한 일상이 되었고 10만 달러를 더 주고 주택 구입에 성공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2월 15일까지 리스팅 가격보다 10만 달러 이상 높은 가격에 매매된 주택은 전국적으로 5,897채로 작년 같은 기간의 2,241채 2.5배 수준을 넘어섰다. 이 기간 중 LA에서 리스팅 가격 대비 10만 달러 높은 가격에 팔린 주택은 모두 718채로 전국에서 웃돈 경쟁이 가장 심했다. LA 외에도 오클랜드(580채), 샌호세(490채), 애너하임(365채), 샌프란시스코(335채), 샌디에고(323채) 등의 가주 도시에도 10만 달러 이상 더 받고 팔린 집들이 많았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에 따르면 비딩 경쟁에서 밀려나 주택 구입을 못한 바이어는 전체에서 40%로 1년 전 19%에서 무려 21%포인트나 급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00만 달러를 넘는 주택도 크게 늘었다.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00만 달러 이상의 주택은 전체 주택의 8.2%에 해당하는 약 600만 채로 2년 전인 350만 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서 주택 구매 경쟁이 주춤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이 주 원인인 만큼 주택 구입 과열 양상에서 빚어진 비딩 경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 구입지 상황 파악하기

바이어 사이에 경쟁이 치열한 시장 상황에서 재빠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한 것이 사실이다.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리이기는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나서는 것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주변 주택 시장의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첫번째 둘러 본 주택 소유주에게 매입 오퍼를 내놓는 것은 비싼 가격에 주택을 구입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주택 구입 예정지에 대한 주택 가격이나 매물 동향 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어느 정도 시간을 들이고 발품을 팔아야 시장 상황을 알 수 있어 자신이 원하는 매물에 대해 좀 더 공격적인 매입 오퍼를 내놓을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시장 파악하기에 중요 요소는 매매 가격 동향이다. 주변 시세를 비판적 시각으로 파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높은 가격과 또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은 제외하고 가격의 변동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주택 구입 예정지의 교통이나 상권 등 주변 환경도 따져보아야 한다. 주택에 대한 향후 가치 상승에 중요한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 내 방식으로 주택 가치 산정하기

매물에 대한 가격 가치를 결정하기 위해서 나름의 방식으로 가격 산정을 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이 좋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스퀘어피트당 가격 산정이다. 예를 들면 2,500스퀘어피트 면적의 주택이 50만 달러에 매매되었다면 스퀘어피트당 가격은 200달러다.

최근 들어서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로 리모델링 여부와 옵션 포함 사항, 주택 위치 등과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특히 주택 위치는 주택 가치 산정에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취학 아동이 있는 가정은 학군이나 교통량 등을 주요 가치 산정 요소로 작용한다.

■ 호가보다 높게 가격 설정하기

바이어 마켓이라면 주택 소유주들이 부르는 주택 가격은 희망 가격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셀러 마켓에다 매물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소위 호가라고 불리는 리스팅 가격이 ‘시작 가격’(starting price)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비딩 경쟁이 빚어지면서 호가보다 1~2만 달러, 심지어 10만 달러까지 더 올라 매매가 성사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주태 구입에 앞서 매입 가격을 결정할 때 호가에 비해 더 매입 비용을 얹어야 비딩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택 시장 상황에서 호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했다고 했다고 해서 소위 바가지를 썼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딩 경쟁이 있다고 해도 분명히 자신의 매입 가격의 상한선을 정해 놓고 있어야 한다. 어쩌면 매입 가격의 상한선의 범위는 개인적인 편차가 심한 사안이다. 자신의 재정적 능력을 감안해서 상한선을 정해 놓지만, 호가보다는 더 매입 비용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매물을 놓고 비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택 가격이 매입 가격 상한선을 넘어갔다면 한발 물러서는 게 바람직하다. 늘 또 다른 매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양보 금액(컨세션) 고려하기

바이어 마켓이라면 클로징 비용이나 수리 비용을 가지고 서로 옥신각신 협의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셀러 마켓으로 바뀌면서 상황도 반전됐다. 바이어의 상당수가 이 같은 비용을 그대로 인정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주택 검사를 제외하면서 현금 지급 조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컨세션에도 분명 한계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요구된다. 셀러와 협의 과정을 거쳐 컨세션의 범위를 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사전대출은 넉넉하게 하기

주택 매매에 앞서 바이어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에 대한 사전승인을 받아두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사전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주택 매입 의사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자료로서 모든 셀러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에서 사전승인 대출금은 매입 예상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상정하고 대출금을 신청해 승인받는 게 중요하다.

이 같은 전략은 비딩 경쟁인 상황에서 좀 더 유리한 상황에서 매입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일종의 무기인 셈이다. 셀러와 주택 가격을 놓고 비딩을 벌이는 상황에서 50만 달러에 대한 모기지 사전승인을 받은 바이어가 55만 달러 비딩을 받아들인다면 셀러의 입장에서 보면 주택 매입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능하면 대출금 사전승인은 자신의 상환 능력 최대치를 고려해 받아두는 게 유리하다.

당연히 사전승인을 받은 대출금을 실제로 융자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문제는 비딩 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서 협상력을 끌어 올리려는 전략적 차원에서 모기지 사전승인은 최대치로 받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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