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눈물·환호 속 브렉시트 비준···‘석별’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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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의원들이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브렉시트 협정 표결 뒤 손을 맞잡고 있다.[AP]

73명 영국 의원들 작별 인사
EU “항상 사랑하고 그리울 것”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로 가는 마지막 절차가 진행된 29일(현지시간) 유럽의회는 눈물과 환호, 축하와 위로가 교차했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 의원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와 영국이 지난해 10월 합의한 영국의 EU 탈퇴 협정을 압도적인 지지로 비준했다. 이는 브렉시트가 모든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이에 따라 영국은 예정대로 오는 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EU를 탈퇴하게 됐다.
1957년 창설된 EU의 전신,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합류한 영국이 47년 만에 EU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떠나는 영국과 남은 27개 회원국의 의원 모두에게 유례없는 사건으로, 이 같은 의미를 반영하듯 표결 전 이뤄진 토론에서 몇몇 발언자들은 눈물을 쏟는 등 이날 의원들은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침내 표결에서 협정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되자 의원들은 환호, 박수와 함께 손을 맞잡고 이별할 때 부르는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을 합창했다. 이 노래는 한국에서는 ‘석별의 정’ 등의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의원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서로 안거나 악수를 하며 축하와 위로, 작별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브렉시트 지지 세력을 대표하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가 활짝 웃는 가운데 이 당 의원들은 작은 영국 국기를 흔들며 인사를 하면서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패라지 대표는 “이제 모두 끝났다”고 말했다.
반면 영국 노동당 소속 주드 키어턴-달링 의원은 눈물을 참으며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인 것 같다. 브렉시트는 우리 정체성의 근간을 공격한 무엇”이라고 말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표결에 앞서 “우리는 항상 여러분을 사랑할 것이고 여러분은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향후 진행될 양측의 무역 협상과 관련 ‘공정한 경쟁의 장’ 유지가 전제조건이라고 밝히면서 “우리는 우리 기업들을 불공정한 경쟁에 노출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벨기에 총리를 지낸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의원은 “우리는 여러분이 그리울 것”이라면서 이번 표결은 “작별 인사(adieu)”가 아니라 “또 만나자는 인사(au revoir)”일 뿐이라고 말했다. 73명의 영국 유럽의회 의원들은 표결 후 유럽의회 내에 마련된 작별 행사장으로 향했다.
한편 오는 31일 브렉시트가 단행되면 EU 각 기구에 걸렸던 영국 국기는 내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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