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신드롬’ 전 세계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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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 뒤에서 윤여정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브래드 피트와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로이터]

오스카 수상 명품 연설
재치·위트, 감동까지
CNN·WP 등 찬사 쏟아져

가히 ‘윤여정 신드롬’이라 할 만 하다. 미국 최대의 영화계 대잔치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끝났지만, 한국에서 온 노장 여배우 윤여정이 만들어낸 흥분과 여진은, 코로나19로 사라진 ‘오스카 애프터 파티’를 대신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윤여정의 재치, 위트, 감동, 겸손, 통찰력이 넘치는 명품 수상 소감과 인터뷰 입담에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완전히 반했다. 윤여정의 이번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은 시상식 다음날인 27일까지 온통 온라인에서 회자되며 인기를 끌었다.

“윤여정을 내년 오스카 진행자로!” “공식 시상식 연설 챔피언” “오스카 명장면” “유쾌하다” 등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 등 미국 내 주요 매체 기자들은 물론 영국 BBC, 그리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올 시상식 최고의 연설이라는 평가와 찬사가 이어졌다.

윤여정은 지난 25일 오스카상 수상 무대에서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입담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똑부러지는 영어로 ‘아카데미의 전설’ 글렌 클로즈 등 다른 후보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미나리’ 출연 배우들과 감독에게 영광을 돌리고, “한국에서 온 윤여정”으로 한국 배우로서 정체성을 알리면서, 치열한 ‘워킹맘’을 재치있게 표현한 윤여정의 언변에 언론과 소셜미디어들은 팬심으로 환호했다.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의 설립자 브래드 피트가 수상자로 호명하자 우아하게 시상식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브래트 피트를 향해 “드디어 만났네요. 털사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동안 어디에 있었냐”며 위트 있게 수상 소감을 시작해 단번에 청중을 사로잡았다.

이어 “한국에서 왔고 이름은 윤여정”이라며 “유럽 사람들이 여영, 유정 등 잘못 부르지만 오늘밤 다 용서하겠다”고 말해 다시 청중은 폭소를 터트렸다. 지구 반대쪽 아시아권에서 TV로만 보던 아카데미 시상식에 직접 와서 믿을 수 없다며 투표해준 회원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미나리’ 가족들에게도 감사를 전한 윤여정은 “스티븐 연, 한예리, 노엘, 앨런, 우리 모두 가족이 됐다.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 우리의 선장이자 나의 감독이었다”고 언급하며 경의를 표했다.

이날 함께 후보로 오른 배우들에 대해 “글렌 클로즈 같은 대배우를 어떻게 이길 수 있냐”며 노장 여배우에게 예의를 표하고 “우리 사회 경쟁은 있을 수 없다. 다섯 명 후보들이 다른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오늘 운이 좀 더 좋아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이에 후보에 오른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아이 러브 허’이라며 감동한 장면 동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윤여정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또 두 아들이 일하러 나가라는 잔소리 덕분에 열심히 일한 결과로 상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현해 치열하게 일해 온 워킹맘의 삶을 재치있게 표현해 큰 박수를 받았다.<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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