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인터뷰) K-바이오 수도 오송, 세계를 향해 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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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명수이사장(70)

정리·대담 =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특파원
2025년 10월 31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실에서

생명을 살리는 과학의 도시, 오송의 비전
10월의 마지막 날, 오송 하늘은 유난히 맑고 청명했다. 가을 햇살이 유리창을 스치며 들어오던 오후,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실에서 만난 이명수 이사장은 특유의 차분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했다.
그의 책상 뒤 창으로는 오송역을 향해 뻗은 도로와 단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이제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심장이다. “오송은 다섯 그루의 소나무처럼, 뿌리 깊은 신뢰와 협력으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야 합 니다.” 그의 말에는 국가 바이오산업을 향한 확신과 비전이 담겨 있었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본부 가을 전경

다섯 그루의 소나무, 오송의 상징이 되다
이명수 이사장은 취임 직후 재단 앞마당에 다섯 그루의 소나무를 직접 심었다. 오송의 미래를 그 소나무에 비유하며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 다섯 그루는 산·학·연·병·관의 협력을 뜻합니다. 산업, 대학, 연구기관, 병원, 그리고 정부가 한 울타리 안에서 움직여야 대한민국 바이오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송(五松)’이라는 지명은 말 그대로 ‘다섯 그루의 소나무’에서 유래했다. 천여 년 전 최치원 선생이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유서 깊은 이름이다. 이명수 이사장은 그 이름의 상징을 오늘날 바이오산업의 가치로 다시 되살리고 있다. 그는 “천년 전에는 사람이 나무를 심어 마을의 터전을 세웠다면, 오늘의 오송은 지식과 기술, 그리고 신뢰를 심어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터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오송에는 충북대 의대와 약대, 청주대, 도립대, 베스티안 병원을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보건산업진흥원 등 여섯 개의 국가기관이 집결해 있다. 단순히 기관이 모여 있는 수준을 넘어, 연구개발(R&D), 임상, 인허가, 생산, 유통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바이오 혁신 생태계가 구축되어 가고 있다.
이명수 이사장은 이를 “사람과 제도, 기술이 맞물려 돌아가는 살아 있는 산업도시”라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현실적인 과제도 잊지 않았다. “이제는 연구 인프라를 넘어 인재와 기술, 제도가 하나로 엮여야 합니다. 특히 AI와 데이터 기반의 바이오 4.0 시대에는 융합형 전문인재의 양성과 신속한 인허가 제도 정비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에게 오송은 단순한 행정 중심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바이오 주권을 상징하는 실험장이자 미래 전략의 거점이다.
“이 다섯 가지 축이 곧 대한민국 바이오의 뿌리이자 줄기입니다. 오송은 그 중심에서 K-바이오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오송에 대한 깊은 확신과 자부심, 그리고 사람과 기술이 함께 자라는 생명의 숲을 향한 신념이 담겨 있었다.

사람 중심의 혁신, 재단을 새롭게 세우다
부임 후 1년, 이명수 이사장은 재단의 체질 개선부터 시작했다.
“혁신은 제도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방향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미래비전, 조직개선, 복리후생 세 가지 TF를 집중 운영했고, 이후 성과 혁신팀을 신설했습니다.”
그는 조직의 관성보다 ‘사람의 의지’를 우선시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전 부서를 순회하며 간담회를 열었고, 실무자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제안이 곧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 되었다.
“직원 참여형 상시 혁신시스템을 도입해, 실제 아이디어가 즉시 정책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유연근무제·장기재직휴가·육아시간제 같은 제도가 실질적으로 자리 잡았고, 출산·질병 관련 복지제도도 강화됐습니다.”
그는 조직을 ‘성과를 내는 집단’보다 ‘사람이 성장하는 공동체’로 보고 있다.
“조직이 지속가능하려면 구성원이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한 직원이 만든 성과는 결국 국민의 신뢰로 이어집니다.”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다.
“공공기관의 진정한 경쟁력은 투명성과 신뢰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면, 효율과 성과 못지않게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경영이 필수입니다.”
그는 거창한 혁신보다 꾸준한 변화를 중시한다. “혁신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쌓이고, 결국 조직의 DNA로 스며들어야 합니다.”
그의 말처럼 오송 재단의 혁신은 제도보다 사람, 정책보다 마음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이명수 오송첨단의료진흥재단이사장(좌)과 본지 특파원(우)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글로컬 청바지 전략’: 청년, 바이오, 지역의 선순환
이명수 이사장은 오송재단의 경영철학을 ‘글로컬(Global+Local)’로 표현했다.
“세계적 안목으로 보되, 발은 지역에 단단히 뿌리내려야 합니다. 저는 이를 ‘청바지 전략’으로 구체화했습니다. 청년(靑) 인재를 키우고, 바이오(生) 벤처를 육성하며, 지역(地)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그의 말처럼 오송재단의 중심에는 ‘사람’, 그중에서도 ‘청년’이 있다. 그는 청년이 곧 바이오산업의 미래이며, 지역이 키운 인재가 세계로 나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이오산업은 단순히 연구개발의 영역이 아닙니다. 청년이 주체가 되어 창업하고, 기술을 세계 시장으로 연결할 때 비로소 산업이 성장합니다.”
재단은 충북대·청주대·도립대뿐 아니라 전국의 바이오 마이스터고와 연계해 청년들의 실무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험과 임상, 인허가 절차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교육으로, 졸업 후 바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즉시 전력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또한 오송 이노랩스 단지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창업 지원, 기술 상용화, 시제품 실증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며 젊은 연구자들이 글로벌 무대와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말한다. “청년의 열정과 기술, 지역의 인프라가 결합하면 그것이 곧 K-바이오의 성장엔진이 됩니다. 이제는 ‘한국 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는 한국형 바이오 생태계’로 도약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