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서 3,300년 된 ‘매장 동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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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0년 전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의 매장 동굴 내부 전경. <이스라엘 문화재청 제공>

중부 지중해변 팔마힘국립공원서
‘출애굽’ 시기와 일치

이스라엘 중부 지중해 변에 위치한 팔마힘 국립공원에서 약 3300년 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매장 동굴’(Burial Cave)이 발견됐다고 이스라엘 문화재청(IAA)이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동굴에서는 도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청동기 시대 말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종류의 유물이 출토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매장 동굴은 국립공원 내 개발 공사를 위해 트랙터로 바위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동굴의 천장 역할을 했던 바위를 옮기자 2.5m 깊이의 평평한 바닥에 토기와 청동기 등이 마치 매장 의식을 치르기 위해 배열한 것처럼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문화재청의 청동기 전문가인 엘리 얀나이 박사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발견”이라며 “동굴 바닥에 놓인 토기들은 3300년간 누구의 손도 타지 않았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세트장 같은 발굴 현장을 매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동굴에서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유물 수십 점이 나왔는데, 이 중에는 붉은색으로 채색된 토기와 조리용 그릇, 주전자, 불을 밝히는데 필요한 기름을 담는 흙으로 만든 초(Candle)도 있었다. 아울러 기반암을 파 만들어진 묘실(burial chamber)은 정사각형 형태의 기둥이 천장을 받치고 있었다. 현지 학자들은 이 동굴에서 나온 유물들의 연대를 기원전 13세기로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의 레바논과 시리아, 키프러스 등지에서 수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 시기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시기와 대체로 일치하기도 한다.

성경에는 당시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을 막았던 왕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성서학자들은 그를 고대 이집트 19왕조의 3대 파라오 람세스 2세로 추정한다. 정복 전쟁을 통해 고대 이집트 왕국의 영토를 현재의 시리아 지역까지 넓혔던 것으로 알려진 람세스 2세가 현재의 이스라엘에 왔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입증할 유물은 없지만, 1896년에 발견된 메르넵타흐 석판(일명 이스라엘 석판)에는 그의 아들 메르넵타흐가 가나안(현재 팔레스타인의 서쪽 해안지역) 민족과 전투에서 이겼다는 내용이 언급돼있다. 얀나이 박사는 “이 시기에 이집트 제국은 가나안 지역을 통치하면서 국제무역을 확장할 수 있는 확실한 여건을 조성했다”며 “이런 경제 사회적 상황이 동굴에서 발견된 수입 토기 등에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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