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원의 正言直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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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편집국장

공짜영화, 광복절기념식, 지도자의 덕목

 

70주년을 맞는 뜻깊은 광복절 기념식이 지난 15일 극장이라는 장소에서 결국 영화상영과 함께 열렸다. 국가 경축일인 기념식이 영화상영의 들러리가 됐다. 이 행사를 특별후원한 중앙일보는 예상대로 17일자 신문에 주최측인 32대 한인회에 대한 극찬과 아울러 700명이 참석하는 대성공이었다고 자화자찬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게다가 본보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MC-TV, 시카고타임스, 뉴스매거진 등)들과 많은 한인인사들이 “‘무조건 한인회장 반대’라는 기치아래 ‘역대 최대의 방해공작’을 펼쳤다”고 ‘뻥’을 쳤다. 본보 등 4개 언론사와 많은 한인들은 영화상영을 위한 광복절 기념식, 즉 엄숙하게 진행돼야 할 기념식이 영화의 곁다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초지일관 지적하고 기념식 장소를 바꿀 것을 주장해왔다. 이게 어찌 방해공작이란 말인가. 이건 여론이고 조언이다. 한인회 일부 인사들도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장소를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원래대로 강행하고 말았다.

협소한 장소로 인해 기념식 참석을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에 한인회와 중앙일보측은 극장을 넓은 곳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 장소도 모자라 200여명(중앙의 700명이 맞다는 가정하에)의 한인들은 기념식에 참석치 못하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다른 상영관으로 옮겼다고 한다. 더욱이 영화보다는 기념식 참석을 원했던 일부 한인들은 참석이 좌절되자 그냥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기념식 보다는 공짜영화를 보길 원하는 한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수백명이 몰렸고 이들은 그냥 기다리다 영화만 보는 것에 만족했을 수도 있다.(‘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여기서 기념식 참석을 원했지만 장소문제로 귀가할 수밖에 없었던 한인들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가적 경축행사인 광복절 기념식은 누구나 원하면 참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기념식이 영화상영의 들러리가 아니고 교회 등 다른 장소에서 열렸다면 그냥 돌아가는 사람은 단 1명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기념식은 몇 명이 오던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 장소에서 치르고 참석자중 영화관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티켓을 주어 원하는 시간대에 극장엘 가게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줄기차게 지적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랬던 것이다.

유학의 삼경 중 하나로, 세계의 변화에 관한 원리를 기술한 책인 주역(周易)에서는 지도자의 덕복(德目)으로 ‘포용력, 용기, 지혜, 공명정대’ 등을 꼽았다. 또한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良藥苦於口 而利於病 忠言逆於耳 而利於行’(양약고어구 이리어병 충언역어이 이리어행)라고 했다.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 충고는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는 이롭다’는 뜻이다.

한인회장은 상징적이긴 하지만 한인사회의 지도자급이다. 한인사회내 작은 목소리에도 귀기울이는 포용력과 쓴 소리도 귀담아들어서 반영을 해야 대립과 갈등을 딛고 상생과 소통으로 커뮤니티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한인회장 취임식이 모 단체의 행사와 겹친다는 이유로 취임식 일정을 연기했다고 한다. 배려와 포용이다. 그런데 왜 광복절 기념식을 다른 장소에서 열어야 한다는 여론은 묵살했는지 의문이다. 욕먹을 각오를 해야 진정한 지도자요, 잘못된 것을 알면 빨리 고치는 것도 지도자의 덕목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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