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원의 正言直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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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재미동포 어머님들 前上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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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영국의 문호 세익스피어의 명언중 하나다. 자식과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실제로 행하는 사례를 수없이 봐왔기에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는 강하다고 누구나 인정하는 것일 게다.

이런 어머니들 중에서도 나는 미국에 살면서 일하고 자식 낳아 기르는 재미동포 한인 1세 엄마들이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30년 가까이 살면서 내 아내를 비롯해 내 친인척과 주위의 거의 모든 한인 1세 여성들의 삶을 목격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거의라고 표현한 것은 물론 일부는 그렇지 않은 여성들도 있다는 의미지만 아무튼 대다수 한인 1세 여성들은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민이든, 유학온 후 눌러앉은 경우든, 결혼해서 남편따라 들어온 경우든지 성인이 된 이후에 물설고 낯설은 이억만리 미국 땅에 와서 수십년 세월을 살아온 한인 1세 엄마들이 겪은 생을 보노라면 개인 차이는 다소 있을지 모르나 대부분 순탄치 않은 역경을 견뎌낸 한편의 대하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있다.(조금 과장했다!)

초창기부터 엄청나게 돈 잘 벌어오는 남편을 둬 일하지 않고 집에서 애들 키우고 살림만 하는 1세 엄마들도 있겠으나(그래도 힘은 든다) 내 주변의 지인들은 현재는 모르나 젊었을 때는 다들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애들 키우고 살림하고 남편 보필하는 그야말로 ‘수퍼우먼’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회생활 좀 하다 20대 중후반이나 늦으면 30대 초반에 결혼한 다음에 자녀가 없거나 어린 나이에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 온 평범한 한인 1세 가정을 예로 들어본다.(다른 케이스도 있겠으나 내 주위에 가장 흔한 케이스기에 예로 삼는다)

미국 생활의 특성상 특별히 여유가 있지 않는 한 맞벌이를 하는 게 통상적이므로 직업을 찾게 된다. 허나, 영어도 서툴고 한국에서의 학력이나 경력을 인정받기도 힘들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어렵사리 한인사회내 직장을 구하거나, 종자돈이 있거나 이미 이민와서 자리잡은 친인척들의 도움으로 자영업을 하기도 한다. 잡을 구했다면 바빠진다.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고 집에 오면 남편이나 자식들 저녁을 준비해야 한다. 하루빨리 돈을 모으고 자리잡기위해 쉴 틈도 없이 그저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 자식이 없다가 애가 생기면 더욱 힘들어진다. 임신한 상태에서 출산직전까지도 일을 해야하고 출산후에도 변변한 산후조리할 새도 없이 다시 일을 나간다. 일을 하기 위해 어린 자식을 데이케어나 애봐주는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에는 그 비용을 제하면 남는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애 때문에 일을 그만두면 나중에 다시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에 울며겨자먹기로 계속하게 된다.

자식들은 쑥쑥 자라난다. 학교에 들어가면 학부모로서의 애로가 추가된다. 한인 1세 엄마들은 자식교육에 남다르기에 신경쓸 게 넘쳐난다. 어려운 살림에도 자식들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 학과공부 보충은 물론 음악, 스포츠도 가르쳐야 하므로 늘 빠듯한데다 일을 마치거나 아니면 중간에 짬을 내 애들 픽업하고 라이드해주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야한다. 영어라도 유창하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도 아니라 상급학년의 자식들과는 거리감도 생기게 된다. 자식들이 큰 사고 안치고 웬만한 대학에 진학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도 겪으면서 이겨내야 한다. 학비는 좀 비싼가. 여유돈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없는 사람들은 학비도 융자로 겨우 해결한다. 자식들 대학졸업하면 무사히 직장구하는게 또 걱정이다. 그 다음엔 결혼… 산넘어 산이다. 그래도 우리 1세 엄마들은 어떻게든 다 겪어내고야 만다. 이제 좀 편히 살 만해진 늙그막에도 손주들을 봐줘야하고 남편 수발은 여전하다. 그래도 우리 1세 엄마들은 큰 불평없이 감내하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아! 이 어찌 수퍼우먼이 아니란 말인가!!

그래서 난 미국에 사는 한인 1세 엄마들이 엄마중에서도 제일 강하고 극찬을 받을 만한 위대한 엄마라고 단언한다. 재미동포 어머님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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