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원의 正言直說

1285

 

한인회 광복절 행사 유감(遺憾)

 

Dustin<본보 편집국장>

 

32대 한인회가 출범후 처음으로 마련하는 제70주년 광복절 기념 행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특정 언론사의 후원으로 소규모 극장에서 영화 상영과 함께 추진하려다 본보를 비롯한 다른 언론사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자 후원받으려고 한 적이 없다면서 언론사들에 내용이 다른 공문을 2번씩 보내는 등 갈팡질팡하다 후원을 취소하고 장소도 변경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번 구설수(口舌數)의 발단은 8월 3일자에 게재된 중앙일보의 기사였다. 이 기사에는 “시카고 한인회(회장 진안순)는 광복절인 오는 15일 나일스의 AMC극장에서 광복 70주년 기념식 및 영화 ‘암살’시사회를 연다. 이번 행사는 시카고 중앙일보(사장 권현기)가 특별후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범 한인커뮤니티 차원의 경축행사인 광복절 기념식을 특정언론의 특별후원을 받아 개최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됐고 전례도 없을 뿐 아니라 장소도 영화 상영으로 인해 소규모 극장이며 인원도 150명으로 제한한다는 등등을 수긍할 수 없었다.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3~5일 연이어 복수의 한인회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항의했다. 이들은 3일에는 “중앙일보 기사를 보지 못했다. 기사를 본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서 기다렸으나 연락이 없었다. 그러더니 4일 저녁 공문을 보내왔다. 공문에는 ▲특별협찬: 시카고총영사관, K-라디오, 중앙일보, 기관단체협의회 ▲특별후원: 한국일보, 뉴스매거진, WIN-TV, MC-TV, 한미 TV, 코리아트리뷴, 시카고타임즈, 교차로라고 적혀있었다. ‘어떻게 특정 언론과 광복절 기념행사를 할 수 있냐’고 항의했더니 아무 말 않다가 다른 언론사들을 후원사로 집어넣은 것이다. 사전협의도 없이… 더욱 불쾌했다. 또다시 복수의 관계자들에게 강력히 항의하며 후원사에서 빼줄 것을 요청했다.(이들의 대다수는 공문과 중앙일보의 기사내용을 잘모르며 파악해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본보외에도 상당수 타언론사들도 항의하고 후원에서 빼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사들의 반발이 더 거세지자 한인회는 5일 오후 다시 공문을 보내왔다. “언론사와 한인회간 오해가 발생할 소지를 만들었던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면서 “상의없이 진행했던 특별 협찬과 특별 후원을 취소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린다”는 내용이었다. 기념식과 영화를 극장에서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본보는 한인회측에 광복절 기념식과 영화 상영은 별도의 행사로 다른 장소에서 열려야한다고 줄곧 지적했다. 영화 상영은 어느 언론사의 후원을 받아도 상관없지만 기념식 만큼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5일 저녁 열린 17기 평통 출범식에서 한인회 관계자들과 조우했다. 다시한번 항의했더니 관계자중 1명은 “중앙일보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 회의를 거쳐 후원언론사를 모두 빼기로 했고 장소도 교회로 변경할 예정이다. 한국을 방문중인 진 회장의 최종 결재를 기다리고 있다. 장소가 확정되는 대로 다시 연락주겠다”고 전했다. 광복절 행사와 관련해 뒤늦게나마 한인회가 본보 등 다른 언론사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추진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32대 한인회는 우여곡절 끝에 사상 처음으로 늦게 출범했다. 하지만 오랜만의 경선으로 당선된 회장인 만큼, 그리고 한인사회 모든 기관단체들과 화합, 협조하여 ‘열린·우리·비전있는 한인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만큼 거는 기대도 크다. 그런데 이번 광복절 행사를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실망이다. 또한 특정 언론사와 유착하는 듯한 모습도 볼썽 사납다. 한인회는, 규모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시카고지역 한인언론사들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언론사들도 본연의 감시기능에 충실해 ‘잘하면 잘했다, 못하면 못했다’고 해야 한다. 앞으로 다시는 이번과 같은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라 믿고 싶다, 아니 믿는다.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