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대학생들의 모의 컨벤션과 이변의 프라이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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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헌

림관헌(칼럼니스트)

 

 

지난 2016.2.13., 버지니아주 렉싱턴에서 열린 제26회 <Washington & Lee University>주최, 2016년 미국대통령후보선출-공화당 <모의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도널드 트럼프가 선출된 것과 아이오아와 뉴햄프셔에서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주류의 지지를 받던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앞서가는 이변을 보면서 미국 유권자들의 반 워싱턴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첫 번째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아 코커스를 거치면서 민주, 공화양당의 아웃사이더로 밖에 볼 수 없었던 부동산재발 트럼프나 사회주의자 샌더스상원의원이 박빙의 차이로 아이오아 코커스에서 선두를 내 주었다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대승을 거두고, 이제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대세를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난 토요일(2.13.) 캠퍼스체육관을 가득 메운 가장 유서 깊은 모의(模擬)전당대회에서 학생들의 환호 속에 트럼프를 공화당대통령후보로 선출한 것은 동 대학학생들의 전통적인 행사의 명성으로 보아 심상(尋常)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대학 학생들은 1908년부터 매 4년마다 현직 대통령의 반대당 모의전당대회를 열고 2년여 간 준비작업 끝에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전통을 이어왔는데, 1946년 이후 그 결과와 달라진 것은 2008년 승자 클린턴이 오바마에 진 것과 2012년 공화당모의전당대회에서 이긴 롬니가 의회의 소수당으로 전락한 민주당 오바마후보에게 진 2번 뿐이고 모두 적중하였었다니 사전연구와 판단기법의 탁월함을 부정할 수 없을 같다. 왜냐하면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일리노이출신 2년차-상원의원인 오바마가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가 된 것은 초기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며, 공화당에게 의석을 몰아준 상황에서 학생들의 연구가 아무리 잘 되었다 해도 그것을 맞추기는 힘들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2012년 총선에서는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도 공화당에 맡긴 미국유권자의 눈 밖에 난 워싱턴 기성양당정치인에게 또다시 대통령 직을 맡기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에서는 클린턴이 정통민주당이 아닌 인디펜던트 사회주의자 샌더스상원의원에게 밀리고 공화당에서는 기성 워싱턴정가의 적자(嫡子)가 아닌 쿠르즈상원의원이나 기업가출신이며 정치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트럼프가 각광을 받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힐러리 클린턴의 갖가지 흠과 약점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의 민주당정치판에서는 그동안 그녀를 떼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으며, 공화당 정가에서도 크리스티, 부시, 루비오 같은 잘 다듬어진 후보들이 각광을 받으리라고 생각했으나 민주당에서는 비당원인 사회주의자 샌더스 상원의원이 공화당에서는 비주류인 쿠르즈, 국외자인 닥터 카슨, 부동산재벌 트럼프가 기성 정치인들을 누르고 상위 자리를 다투더니 이제 아이오아주와 뉴햄프셔를 거치면서 지금으로서는 샌더스나 트럼프가 대세를 다지는 형국이 되었다. 물론 이것이 끝가지 지속될지 아니면 다른 변수 예를 들면 샌더스는 클린턴이 없는 민주당계 표를 겨냥해서 독립후보로 나설 의향을 비친 부름버그가 변수가 있고, 트럼프도 기성 공화당정치인들과 쿠르즈계가 연합할 경우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2.2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열린 2.13일 6명의 예비후보가 벌린 토론회에서 9.11테러와 그 후 벌린 이락전쟁에 대한 논쟁에서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그 전쟁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전쟁을 일으키고 그 전쟁의 결과는 막대한 물자와 군인들의 희생을 가져온 잘못된 전쟁이라는 비판하는 과정에서 부시 전 지사와 루비오상원의원의 반격은 자칫 반대당예비후보인 클린턴의 전쟁찬성이나 오바마행정부의 중동전쟁마무리실패까지를 포함한 것이라, 자칫 논리적 설명부족으로 보수층유권자의 표심까지 잘못 유도할 수 있다는 걱정들을 하게하였다. 그 당시 정치에 관여하지 않은 트럼프가 이락과의 전쟁을 반대했다는 증좌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위대한 미국>을 위해 9.11의 원흉인 알케이다에 대한 복구(무서운 타격의 복수로 재발방지)나 애국적 분노를 표출하지 않았다는 근거도 없다. 9.11테러에 대해 이락과의 전쟁을 택하느냐, 알케이다를 응징 분쇄하고 이락과 이란을 대치시켜, 국익을 지키느냐는 대통령의 총명(聰明)과 결단의 문제이며, 결과만 보면 트럼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