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장기’에서 ‘배양 칩’까지… 동물실험 대체할 신기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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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개발에 연 5억 마리 희생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한 토끼의 눈에 마스카라를 바른다. 무려 3,000번에 달한다. 새로 개발한 화장품 원료를 토끼의 피부에 반복적으로 바르기도 한다.

신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이 같은 실험으로 토끼들은 발진·부종·궤양·출혈 등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겪고 심지어 눈이 멀기도 한다. 신약 개발에 이용되는 쥐·원숭이 등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은 연간 5억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동물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실험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우리나라는 이미 2013년과 2017년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 판매를 금지했다. 미국도 총 10개 주가 동물실험 화장품 판매를 금지한 데 이어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개발에 대한 동물실험 의무화 규정을 84년 만에 폐기했다.

FDA의 변화는 전 세계 관련 당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주요국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동물의 희생을 배제한 동물 대체 시험 기술은 이미 개발 단계에 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종의 인공장기인 ‘오가노이드’다. 현재로서는 구현할 수 있는 장기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등 한계가 있지만 기술이 충분히 뒷받침되면 성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컴퓨터 모델링도 주목 받고 있다. 오로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가상의 인체에서 신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하는 방법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복잡한 생리 현상을 정밀하게 구현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같은 동물 대체 시험은 동물 실험보다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어떤 동물도 인간과 완벽히 똑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약 후보 물질 중 90%는 동물실험에 성공하고도 최종 임상시험 단계에서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